[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41)의 은퇴식이 열린다. 2012년 11월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현역은퇴를 선언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팬들과 만나는 마지막 자리는 18일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는 광주-KIA 챔피언스 필스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동양 선수로서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전설과의 작별을 위해 각 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힘을 합친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행사를 준비했다. 특정선수의 은퇴식이 올스타전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박찬호의 은퇴식은 지난해 6월 1일 NC와의 대전경기가 유력했다. 박찬호의 등번호(61)에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홈팬들에 앞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날짜를 정했다. 하지만 박찬호를 위해 성대한 은퇴식을 열기에는 팀 성적이 워낙 좋지 못했다.
당시 한화는 여덟 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를 전전했고, 급기야 8월 28일에는 팀을 이끌던 한대화 감독(54)이 자진사퇴했다. 자연스럽게 박찬호의 은퇴식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박찬호도 자신의 은퇴식에 대해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은퇴식은) 구단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이왕이면 홈팬들 앞에서 인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그 뒤로도 박찬호의 은퇴식 이야기는 한 동안 잠잠했다. 결국에는 후배들이 나섰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홉 개 구단 주장들이 "한국의 야구 영웅을 은퇴식도 없이 보낼 수는 없다"는 뜻을 모아 선수협에 전했다. 선수협은 이 같은 뜻을 지난달 23일 KBO에 전달했고, KBO는 이달 1일 박찬호의 은퇴식을 올스타전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한화 구단과 올스타전 개최 구장 홈팀인 KIA의 협조도 있었다.
박찬호가 지나온 야구인생만큼 은퇴식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찌됐든 박찬호는 올스타전이라는 뜻깊은 무대에서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됐다.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가 열리는 곳에서 또 하나의 '큰 별'이 작별을 고한다. 1994년 4월 8일 혈혈단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딛은 뒤 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기까지 꼭 20년이 걸렸다. 그 동안 팬들은 먼 이국땅에서 활약한 박찬호의 모습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희망을 보기도 했다.
박찬호는 은퇴식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뒤인 지난 11일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 깜짝 방문했다. 은퇴식 프로그램을 의논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를 방문했다가 한화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박찬호는 "은퇴식을 마련해 준 구단과 후배들에 감사하다"며 "올스타전에 은퇴식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후배들이 마련해 준 자리인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하기로 했다"고 했다.
박찬호의 은퇴식은 올스타전 본경기가 열리기 전인 18일 오후 6시 30분 열린다. 이 자리에서 박찬호는 KBO와 선수협에서 마련한 공로패와 감사패 전달 받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 뒤에는 올스타전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열일곱 시즌 동안 476경기에서 124승 9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다저스를 거쳐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뉴욕 양키스 등 여섯 개 팀에서 뛰며 총 1993이닝을 던졌고, 삼진은 1715개를 잡았다.
2011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일곱 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고, 이듬해 고향팀인 한화에 입단해 스물세 경기에서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을 마지막 기록으로 남겼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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