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 악재에 시장과 '거꾸로 행보'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외국인들이 순매수세를 나타내면서 코스피지수가 2020선을 눈 앞에 두는 등 증시에 온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조선·해운주는 지속되는 업황 부진 우려 속 공매도가 증가하면서 시장과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순매수세 덕에 전날대비 2.95포인트(0.15%) 오른 2015.67으로 출발했다.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는 지난 6월26일부터 지속된 것으로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9398억원 어치 사들였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1980선에서 2010선까지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조선·해운주는 업황 부진 우려가 지속되면서 공매도가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 판 후 나중에 주식을 구해 갚는 것으로 약세장이 예상될때 시세차익을 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약세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매도가 몰린다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공매도 상위 20종목에는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기간 공매도 3위를 기록한 한진해운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4억1684만원에서 전날 12억8862만원까지 급증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공매도 금액이 1억7805만원에서 35억4877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대부분 현 주가가 공매도 평균가보다 낮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한진해운은 공매도 평균가(5778원)보다 이날 시가가 5550원으로 4% 가량 낮았다. 한진중공업 역시 평균가(7807원)보다 이날 시가(6850원)가 약 12% 낮은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조선·해운업황까지 개선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황은 공급 과잉으로 선가가 깎이는데다 수주도 많지 않아 내년까지는 큰 폭의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이미 충분히 주가가 빠졌기 때문에 추가로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해양설비 제작위험과 충당금 이슈 등을 감안했을 때 조선업 이익개선이 쉽지 않아보인다”면서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적자공사들이 마무리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판단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