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코너에 진열해 신뢰 얻고
개당 600원 가격경쟁력 갖춰
하루 만개 이상 팔려…'CJ햇반' 위협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롯데마트의 '햇살한공기 즉석밥'이 즉석밥 시장의 대명사인 'CJ햇반'의 아성을 위협하며 관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 제품은 출시 75일 만인 지난달 말일 기준 하루 1만개가 넘는 78만9252개를 팔아 이 시장 부동의 1위인 CJ햇반 판매량(88만248개)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CJ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뚜기 맛있는 밥'(73만1804개)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롯데마트가 함께 내놓은 통큰오곡미밥과 이천쌀 즉석밥, 고시히카리 즉석밥 등 즉석밥 부문 10위권 내에 든 프리미엄급 제품까지 포함하면 이 기간 판매량은 96만8464개로 100만개에 육박한다.
롯데마트에서만 팔린 숫자고, PB 상품 특성상 거대 유통망을 가진 롯데마트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CJ가 20년간 쌓아온 아성을 단숨에 위협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햇살한공기 즉석밥의 돌풍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꼽히는 경쟁력은 가격이다.
밥 한공기 양인 210g짜리 개당 가격이 600원으로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이 30~60% 가량 싸다. 그러면서도 원재료 함량과 산지, 수확년도 등을 포장에 명기해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성격이 꼼꼼하거나 대형마트 내부사정을 잘 아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 만한 또 한가지가 있다.
롯데마트의 즉석밥은 다른 대형마트와는 달리 양곡코너에도 진열돼 있다. 양곡코너에서 파는 쌀로 밥을 지었다는 걸 강조하는 전략이 먹혀들면서 즉석밥을 기피하는 40~50대 주부 매출도 늘었다.
이 제품은 지난해 가을 양곡팀 전입 2개월차인 양곡 상품기획자(MD) 최진아 대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른 대형마트에서 즉석밥은 인스턴트MD의 영역. 하지만 롯데마트에서 양곡MD가 즉석밥을 개발하면서 원료인 쌀 구매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최 씨는 채소MD 경력 8년차로 그 분야에서는 베테랑이었지만 출산 후 복직하면서 양곡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쌀 소비 감소로 실적 달성을 고민하다 팀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았다.
최 MD는 "우리가 바잉파워를 이용해 쌀을 사 제조사에 공급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고, 주부 입장에서 즉석밥을 대용식이 아닌 일상식으로 접근하면서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중소기업과의 이상적인 상생 효과도 나타났다. 롯데마트 즉석밥은 관련 설비 제작 전문업체인 한국바이오플랜트에서 만드는데 롯데마트와 거래를 트면서 즉석밥 전용공장을 지었다. 롯데마트는 이 회사에 수십 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하며 공장 설립을 도왔다.
최 MD는 "향후 매출을 봐가며 즉석밥 원료곡 산지인 충남 서천농협과 제조사 간의 다리를 놔 물류 여건이 좋은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즉석밥을 개발하는 지난 반년 동안 최 씨는 공장이 있는 강원도 고성에 일주일에 세 번꼴로 다녀와 총 3만㎞를 뛰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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