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이 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월드컵에 나가 국민들에 희망을 드리고자 했는데 절망만 드리게 돼 죄송하다. 오늘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홍 감독은 지난달 6월 25일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뒤 1년 만에 감독직을 내려놓게 됐다. 단장으로 월드컵에 동행한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9)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동반 사퇴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홍 감독은 “이런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마주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동안 잘못된 부분도, 실수도 있었다. 내가 성숙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와의 경기 뒤 사퇴를 결심했다. 그리고 벨기에와 경기를 마치고 대한축구협회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귀국 이후인 지난 2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2)과 면담 뒤 내년 아시안컵까지 감독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허정무 부회장도 3일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이 감독직을 유지한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월드컵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론이 거세진 데다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 유임 결정 일주일 만에 사퇴하기로 했다. 그는 “귀국하는 자리에서 사퇴의사를 전할 수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며 “내년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수 있을지를 고민했는데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훈련 기간 중 토지 매입 의혹에 대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고 훈련시간에 나와 그런 일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게 비겁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감독으로서 월드컵 부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월드컵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었다. 이 부분에서 선수들의 장단점과 능력을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이 있었던 선수기용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하려고 했고 그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의 과제를 두고거는 “유럽에 나가 있는 선수들과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을 어떻게 대표팀 내에서 활용하고 기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어려웠던 부분으로는 “(감독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한국 축구는 물론 선수들과 지도자들도 많이 성장했다. 주위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지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내가 가진 명예는 모두 축구에서 얻었다”며 “1990년부터 24년 동안 선수와 감독으로 대표팀에 머무르면서 성실하게 임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족했던 나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새로운 대표팀과 감독에게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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