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다 만 한국롯데 지배구조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한국롯데 지배구조가 윤곽을 드러내다 말았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알미늄은 7일 정정공시를 통해 L제2투자회사가 지분율 34.92%를 보유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자진 정정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말 기준 자본금 479억1600만엔(8일 환율 기준, 한화 4761억 4600만원) 규모인 L제2투자회사는 일본 롯데상사에서 분리설립된 '투자부문' 회사라면서도 계열회사는 없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가 소재지로 밝힌 '일본국 동경도 시부야쿠 하츠다이 2-25-31'는 1959년 12월 설립된 일본 롯데상사가 머물던 자리로 현재 공개된 일본 롯데 및 롯데상사 사무소 주소지 중에는 해당 주소가 없다.

이번 정정공시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가 비상장계열사까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며 그 통로로 일본 법인들을 활용하는 단면이 드러났다. L제2투자회사에 이은 롯데알미늄의 2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광윤사(22.84%)다.

롯데알미늄은 종전까지 주요 주주에 일본법인이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유독 최대주주에 관해서는 지분 12.99%를 보유한 호텔롯데 및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42.24%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그 실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롯데는 사실상 일본롯데가 지배 중인 외국인 회사"라면서 "일본에서의 지배구조 변화가 그대로 한국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제2투자회사가 일본 롯데그룹 계열로 확인된 만큼 한국롯데 지배구조 최상단에 이름을 올려둔 L제9투자회사, L제7투자회사, L제1투자회사, L제8투자회사 등도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일 개연성이 커 보인다.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한국롯데는 지주사격인 롯데쇼핑 위에 롯데홀딩스, 광윤사를 비롯한 일본 투자회사들이 지분 99.28%를 보유한 호텔롯데를 두고 있다.

L제2투자회사 역시 호텔롯데 지분 3.32%를 보유 중이며, 롯데푸드 지분 4.34%도 들고 있다. 그 밖에 비상장 계열사로 그룹 내 물류를 도맡고 있는 롯데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45.34%)이기도 하다. 롯데알미늄은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최대주주(15.29%)다.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연결기준 5조8000억엔(한화57조9800억원 상당) 규모 자산에 일본내 3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롯데, 롯데상사, 미도리상사, 롯데아이스, 메리초콜릿컴퍼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