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정부 당국의 초동대응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구조 당국 간에도 제대로 된 상황 전파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인명 구조 기회조차 구조당국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감사원이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진행상황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4월16일 당시 정부의 구조태세는 구멍이 나 있었다. 세월호가 항해했던 항로에는 200t 이상의 중형함정이 배치됐어야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 특별단속 등의 영향으로 연안경비정에 불과한 123정(100t급)이 해역 경비에 나섰다. 123정은 사고 당시 현장지휘함정으로 지정됐지만 정원 13명(구조가능 인력 9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위성통신장비 등을 갖추지 않아 사고 대응능력이 떨어졌다.
사고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도 정부는 실패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는 세월호가 급변침한 8시48분께 모니터를 통해 문제가 발생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하다 9시6분이 돼서야 목포해경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고 발생사실을 알았다. 당시 진도VTS는 관제사 2명이 2개 섹터로 나눠서 관제를 해야 했지만 1명이 2개 섹터를 모두 담당하는 변칙 근무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사고발생 구조당국은 세월호에 연락해 승객들을 갑판에 집결하게 한 뒤 퇴선을 유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123정은 세월호와 연락조차 하지 못했으며, VTS는 사고 초반 세월호와 교신해 상황을 파악했으면서도 관계 당국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는데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에 나서면서도 구조 당국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경은 8시58분 출동명령을 내렸지만 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지, 얼마나 침몰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 현장에 있었던 구조 관계자 중 일부는 "침몰한 뒤에야 배 안에 사람이 300명 넘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목포 122구조대는 상황대기함(513함)이 준비돼 있는데도 버스로 팽목항으로 이동해 어선에 올라 현장에 도착했다. 122구조대가 513함에 탔다면 1시간10분가량 빠른 11시10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해해경청 특공대도 이동수단을 파악하지 않은 채 목포항으로 이동했다 탈 수 있는 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전남경찰청 헬기를 수배해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구조활동이나 상황지휘 역시 부적절했다. 9시30분 현장에 도착한 123정은 승객들의 즉각적인 퇴선이 필요하다고 봤음에도 선실에 진입해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다수의 승객이 선내에 남아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보고했다. 아울러 선장과 선원을 구조한 직후에도 구조된 선원들이 휴대한 무전기를 이용해 선내에 남아 있는 선원들과 연락해 승객퇴선 유도 방송을 했을 경우 승객들이 빠져나올 기회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무능력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감사원은 재난대응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의 경우 사고상황·구조자원을 파악하기보다는 언론 브리핑에 집중했으며, 그나마도 해경과 협의 없이 다른 내용을 발표해 혼선만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행부가 구조자 숫자 등도 사실 확인 없이 사고 당일 오후 2시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30분이 지나서야 164명을 구조했다고 번복하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해수부의 경우에도 사상자를 확인한 오전 11시31분에도 인명피해가 없다는 근거 없는 소식을 전파했으며, 중대본 역시 확인되지 않은 '학생전원구조', '선체 진입성공' 등을 보도해 혼선만 초래했다.
감사원은 해경, 안행부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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