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면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관계자들을 불러 세운 2일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선 '청와대의 VIP'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참사 당일 VIP에 보고하는 데만 신경 쓰던 청와대의 모습이 민낯 그대로 드러났다. 여당은 야당 의원이 VIP 폄하발언을 했다며 유가족의 눈물에도 회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VIP가 문자 그대로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인물 VIP(Very Important Person)는 곧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날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드러난 사고당일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핫라인 통화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166명이라고요? 큰 일 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2시24분 사고가 터진지 5시간 가량 지나서야 탑승자의 대다수가 생존했다는 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 청와대에게 '큰 일'은 국민 안전보다 'VIP에 잘못 올라간 보고'였다. 생존자가 166명뿐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접하고도 청와대는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했던 보고'가 잘못된 이유를 캐묻는 데 급급했다. 당시 녹취록에는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300여명의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거나, 구조진행상황을 묻는 발언은 찾기 힘들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VIP였다.
국정조사의 목적대로 이날 기관보고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듯 보였지만 여당이 VIP를 이유로 5시간이나 파행시키며 어긋났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가 사고현장영상을 요구하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VIP가 그걸 제일 좋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니깐 그것부터 하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의원은 기관보고 도중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특위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 의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박 대통령을 폄하하기 위해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의 항의로 국정조사는 5시간 후에야 가까스로 재개됐다.
VIP는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청와대는 VIP를 위해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된 보고만을 걱정하며 국민안전과 현장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청와대가 과연 VIP를 제대로 보좌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는 성역 없이 조사해야 한다는데 VIP도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당은 야당 의원의 잘못과 실수에 트집만 잡을 것이 아니다. 보다 통 큰 결정을 하고, 보다 성실히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이 진정 VIP를 위한 것 아닐까.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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