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지한파' 인력 영입…마윈 회장의 승부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중국 IT공룡 알리바바가 한국 지사장으로 텐센트코리아 출신의 황매영 씨를 영입했다. 황매영 신임 지사장은 중국 내에서는 인정받는 '한국통'이다. 중국 텐센트 본사에서 해외 퍼블리싱 관련 업무를 맡아온 그는 최근까지 텐센트 한국지사에서 모바일 게임 사업을 총괄했다. 조선족이지만 남편이 한국인으로 한국과 인연도 깊다. '텐센트와의 전쟁'을 선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황매영 지사장의 인선으로 또 한번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치하면서 지사장으로 텐센트 코리아의 게임 소싱 총괄을 담당하던 황매영 씨를 영입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한국 지사를 냈다.
황매영 지사장 영입은 게임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승부수다. 여기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승부사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윈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내 공지에서 "앉아서 펭귄(텐센트 마스코트)에게 학살당하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우리가 '남극'을 침공해서 펭귄을 죽여야 한다"며 전쟁을 선언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자체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착수했고 텐센트가 주도하던 모바일 게임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가입자 수 6억명에 달하는 텐센트의 '위챗'에 비해 라이왕의 게임 플랫폼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 따라서 알리바바는 빠르게 다수의 '대박' 게임 라인업을 확보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초점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알리바바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과 제휴를 맺고 지난 5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러브커피'로 유명한 파티게임즈는 상장을 준비중이며, 네시삼십삼분은 신작 '블레이드'로 세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는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도 접촉해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앞서 한국에 진출한 텐센트는 한국 온라인 게임을 현지 서비스하며 급성장했고, 한국 모바일 게임 최강자인 CJ E&M넷마블의 자회사 CJ게이즈에 5억달러를 투자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황 지사장은 국내 게임 업계 기업인들과 상당한 교분을 쌓았고, 이같은 황 지사장의 인맥에 대해 알리바바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한국에서 전면전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며 "후발주자인 알리바바가 황매영 지사장 선임으로 믿을만한 '한국통'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 국내 게임사와 더욱 적극적인 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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