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정규직이 아닌 파견, 용역, 하도급 형태의 간접고용 근로자로 파악됐다.
위험한 작업이 많은 조선ㆍ건설 대기업 상당수가 이처럼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소속 외 근로자로 고용하고 있어, 국가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1일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규모가 300인 이상인 공시기업 2942곳의 근로자 436만4000명 중 파견ㆍ하도급ㆍ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는 87만8000명(20.1%)으로 나타났다.
소속 외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간접 고용을 뜻한다. 비정규직과는 별개로 구분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40만명)과 건설업(16만명)이 전체 간접고용의 64.0%를 차지했다. 제조업 내에서는 산업재해가 빈번한 조선업(64.5%), 철강금속(37.8%)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상시근로자 5000인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서도 이같은 경향은 도드라졌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 4만3874명의 69.9%(3만666명)를 파견, 용역, 하도급 근로자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7명 꼴이다.
현대건설은 전체 2만4196명 중 1만5728명(65.0%)이 소속 외 근로자였다. 현대중공업 또한 10명 중 6명 꼴인 59.5%(4만767명)가 간접고용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포스코건설(65.5%, 1만518명), 씨제이대한통운(648%, 9957명), 에스원(64.8%, 1만703명), 삼성중공업건설(62.8%,2만4377명), 삼성엔지니어링(58.0%, 1만69명), 대림산업(56.3%, 8740명), 삼성물산(54.6%, 1만3218명) 등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대기업 톱 10 상당수가 조선, 건설기업으로 파악됐다.
또한 기업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파견ㆍ하도급 등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는 10명 중 2명, 현대자동차는 10명 중 1.5명 꼴이다. 포스코는 46.6%가, KT는 39.9%가 간접고용으로 파악됐다.
파견, 용역, 하도급 등 간접고용은 임금·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나쁜 일자리’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간접고용 근로자는 직접고용된 정규직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받을뿐 아니라, 고용불안에도 시달린다. 또 직접고용 형태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2006년 62만9000명이었던 파견ㆍ용역 근로자는 2012년 89만6000명으로 급증했다"며 "대기업부터 질나쁜 일자리 양산에 앞장서선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올해 첫 실시한 고용형태공시제에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상사업주 2947곳 중 2942곳이 공시에 참여(공시율 99.8%)했다.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의 25% 상당이 해당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시 대상이지만 참여하지 않은 사업주는 법무법인 화우, 대한노인회, 일진글로벌, 위훈용사복지회, 인그리디언코리아 유한회사 등 5곳이다. 이들에 대한 제재나 벌칙규정은 없는 상태다.
정형우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대기업, 조선 등 제조업은 소속 외 근로자를 활용하고, 서비스업은 기간제를 주로 활용하는 경향이 보였다"며 "고용형태 개선 실적이 우수한 기업 명단 발표 등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을 유도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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