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美CSIS 한국석좌, 영화 '더 인터뷰' 효과 평가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편의 코미디 영화가 어떤 대북제재보다도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자신에 대한 모독이자 조롱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사진)는 최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암살 작전을 다룬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부른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차 석좌는 "미국 정부는 군사적 봉쇄도 취해봤고 경제적 제재나 정치적 고립 조치도 모두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것이 '할리우드'인데, 이것이 김정은을 진정으로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 석좌는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도 신경쓰지 않고 유엔 북한인권조사보고서(COI)에 대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영화가 나오자 북한 외무성이 위협 성명을 발표하고 이튿날 북한이 동해를 향해 세 발의 발사체를 쏜 것은 분명히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 영화가 DVD나 휴대용 USB 저장기기를 통해 유입돼 주민들 사이에 퍼질 것을 북한이 우려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차 석좌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로 가려는지 분명치 않다"며 "이는 여전히 김정은 정권이 내부 정치와 권력투쟁에 휩싸여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완벽한 핵폭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등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며 "8월 시작되는 한ㆍ미 군사합동훈련이 추가도발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가까워진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선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한국이 북한문제와 한반도 미래에 대해 중국과 보다 솔직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 석좌는 동시에 한ㆍ미간의 강한 유대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한ㆍ미동맹 관계가 견고할수록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된다"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강하다면 중국은 한국을 존중할 것이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약하다면 중국은 한국을 속국처럼 다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선 "처음에는 다소 순진한 접근이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현명한 대북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차 석좌는 말했다.
이어 그는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박 대통령은 이념적 시각에서 탈피해 신뢰부터 구축하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측면에서 볼 때 박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미국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기도 한 차 석좌는 CSIS가 지난 2009년 한국과 관련한 첫 영구 프로그램으로 개설한 '코리아 체어'의 초대 석좌를 맡아 한반도 정책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토론과 이벤트를 펴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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