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줄을 이으며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회사채(무보증 선순위 기준)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총 20개사에 달했다. 2003년 상반기 25개사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3개에 불과했으나 4월 5개, 5월 3개가 강등됐다. 이달 들어서는 무려 9개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KT 계열사인 KT캐피탈(AA-→A+)과 KT렌탈(AA-→A+)을 비롯해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탈(A0→A-)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한진그룹의 대표 회사인 대한항공도 신용등급이 A0에서 A-로 내려갔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1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포스코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한 것이다. KT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락한 상태여서 AAA 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4일에는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부CNI와 동부메탈의 신용등급이 BBB0에서 투기등급 직전 수준인 BBB-로 강등됐다. 이뿐 아니라 동부제철·동부건설·동부인천스틸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검토' 대상에 오르면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동부그룹의 경우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에 따른 추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동부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진행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룹 전반의 유동성 대응능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재무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이라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실적이 저하된 기업들을 위주로 연쇄적인 신용등급 변경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신용등급 하향 비중이 상향 비중보다 높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