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이어 임직원,고객결속확인,업무몰입 증대로 경영혁신 위한 기초체력 다져"
"동양파워 인수는 에너지부문 사업구조 고도화 기회..그룹전체 시너지 제고에 기여"
"재무구조 쇄신 작업도 시동..청정에너지, 원천소재 분야도 상업화 진일보"
"동부인천공장·당진발전은 재무적 부담대비 시너지 창출효과 적어 인수제안 포기"
[아시아경제 김권일 기자 ]지난 21일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권오준 회장은 24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임기 기간 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철강명가 재건의 기틀을 확실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를 방문하면 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한국 철강산업과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긴 하지만 임직원들 및 고객과 함께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취임식 때 밝힌 대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POSCO the Great’를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의 군살을 빼고 '철강'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했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 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경영임원의 수는 50% 이상 줄였다.
이번 조직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탄소강, 스테인리스, 성장투자 등 사업 분야별로 운영하던 조직을 철강사업 및 생산 등 핵심기능 위주로 조정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것이다. 또한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정책 등을 조율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단기간 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통합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임원과 단독 프로젝트를 맡는 부장급 PCP(POSCO Certified Professional)를 선발, 프로젝트 수행을 전담하도록 했다. 현재 427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면 올해 약 1조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을 정비한 권 회장이 가장 중점을 기울인 것은 임직원, 주주, 고객, 공급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결속을 다지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 취임 즉시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던 권 회장은 연이어 광양제철소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그 동안 경기악화로 위축돼 있던 임직원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특히 전국 주요 사업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실시하는 보직자 대상 '토요학습' 행사에 직접 강사로 나서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한편 여성 임원들과 '도시락 간담회'와 전국 사업장을 순회하며 실시하는 경영자 토크 콘서트인 ‘IP콘서트(Innovation POSCO)’도 직접 주관해 회장으로서의 ‘권위의 벽’을 낮추고 임직원과의 소통을 늘려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앞장섰다.
현장에서 청취한 의견은 바로 정책에 반영됐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본연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팀리더 이상을 대상으로 매월 2차례 토요일 집합교육을 하던 것은 하나로 통합하고, 승진에 필수적인 온라인 교육의무 이수시간을 없앴다. 또 각종 혁신활동, 감사 나눔운동 등도 실적관리가 아닌 개인별, 부서별 자율활동으로 바꿨다.
이에 직원 대표들이 주축이 된 노경협의회 GWP(Great Work Place)위원회는‘30분 더 일하기’ 활동을 자율 전개해 회사 본원경쟁력 향상에 솔선하고 나섰다. 30분 더 일하기는 부서나 개인 여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직접 조정해, 수익성 제고활동이나 업무개선 아이디어 논의 등 가치창출과 개선활동 시간으로 사용하거나 부서별 코어 타임(core time)을 설정해 회의 등 업무 외 활동을 배제하고 본연 업무에 집중토록 해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운동이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직접 투자설명회를 주관하고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경영전략에 대해 투자자들과 기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했다.
또한 국내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를 방문한 데 이어 데 이어 일본 자동차 부품사인 주오정기 등도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다. 권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솔루션마케팅은 불황 때에도 항구적인 철강수요 창출을 위한 것으로 고객사의 제품 개발 초기 필요 철강재 개발이나 가공기술 제공이 병행되기 위해서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 회장은 또 1·2차 거래업체가 있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건의사항을 수렴하 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에는 이들 설비, 자재 공급사들로부터 90건의 건의사항을 받아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해 장기 적으로 해결해야 할 5건을 제외하고 오해에서 빚어져 현장설명으로 해결이 가능했던 60건과 포스코 자체 시스템 조정이 필요한 25건에 대해서는 즉각 해결하기로 한 바 있다.
권 회장은 또한 지난 100일간 주요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상층부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취임과 동시에 어려운 회사 경영여건을 감안해 급여를 30%를 자신 삭감하겠다고 앞장서 다른 임원들도 급여 삭감운동에 동참하게 했고, 임원 집무공간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도록 했다. 특히 포스코 윤리규범을 개정하면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는 아예 경조금을 일절 받지 않도록 명문화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권 회장 취임 이후 개선된 성과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타나 고 있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켠 것은 에너지분야. 국내 최대 민간 석탄화력 발전 허가업체인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가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내놓은 첫 인수ㆍ합병(M&A) 결과물이다. 동양파워는 지난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0만kW 규모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으며 동양시멘트의 강원도 삼척 폐광부지에 발전소를 건설하게 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너지는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저발전 분야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사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안정적으로 민간발전업계 1위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발전소 건립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ICT 등 계열사들 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그룹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본연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마케팅 실적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제선급협회가 선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새 규정을 발효하자 포스코 는 이 규정에 맞춰 개발한 강재와 이용기술을 신속하게 제공해 고객사들이 선박설계와 건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선도적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융합한 활동을 통하여 5월까지의 솔루션 마케팅 판매량은 40만톤으로 전년 대비 두배의 실적을 올리고 있고 올해 목표한 100만톤 판매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전망이다.
또한 자동차산업 등 수익성이 높은 강재를 소비하는 7대 산업군을 선정해 판매활동을 집중한 결과 같은 기간 이 분야 판매량이680만톤에서 738만톤으로 8.5%늘어났다.
최근에는 한국GM과 함께 GM의 차량 설계기술과 포스코의 강재기술을 융합해 경량 차체를 개발하고, 첨단 초고강도 강판 등을 GM의 글로벌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키로 해 고부가가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구조 쇄신을 위한 행보를 빨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한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7% 포인트 가까이 저렴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상환함으로써 연간 570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저성장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창출한 순가치인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개념을 전 패밀리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룹사 경영평가 기준도 고성장시대 투자자본을 고려하지 않은 손익위주의 지표인 영업활동 현금흐름(EBITDA; Earning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 Amortization) 대신 투자 재원 대비 창출 이익을 고려하는 EVA로 바꾸기로 했다.
이익 창출을 위해 투입된 자산의 원가를 고려해 실제 가치증가를 판단하고 사업 초기부터 위험 요인을 감지하도록 해 외형 확장 중심의 무분별한 투자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는 전략적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컬러강판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민원 보상이 완료된 동부당진발전도 에너지 분야의 미래 수익성 창출을 위해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재무적 부담에 비해 그룹사내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인수 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대구 경 스파이랄 강관을 생산, 판매하던 미국의 USP 매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권 회장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청정에너지와 원천소재분야도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합성천연가스(SNG; Synthetic Natural Gas)를 생산, 판매하는 ‘포스코그린가스텍’을 설립했다. SNG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정제 및 합성 공정을 거쳐 생산하며 액화 천연가스(LNG)와 성분이 동일해 직접 대체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앞으로 광양제철과 여수 산단을 연결하는 3.8km의 부생가스 교환용 해저터널이 구축되면 SNG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CO, H₂등 부생가스 를 화학제품 원료로 여수산단에 공급하고, 여수산단으로부터는 염소, 질소 등 석유화학공정에서 발생하는 원료를 공급받아 제철 부산물과 합성해 새로운 고부가 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할 계획이다.
원천소재부문에서 리튬도 기존 최소 12개월에서, 최단 8시간, 길어도 1개월 내로 추출할 수 있는 포스코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0톤급 탄산리튬 파일럿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칠레에 이어 지난 6월1일 아르헨티나 후후이(Jujuy)주에 200톤 규모의 리튬 실증 플랜트를 착공해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는 물론 노트북 이나 휴대전화 등 휴대기기에 사용하는 2차 전지의 필수원료다. 현재 포스코는 현재 리튬추출 관련 국내특허 44건, 해외특허 76건을 출원한 상태다.
한편, 권오준 회장의 취임100일 축하는 미국에서 먼저 날아 들었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17일 제29차 글로벌 철강전략회의(SSS; Steel Success Strategies)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World-Class Steelmaker Rankings)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포스코를 5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내실있는 성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기반의 솔루션마케팅 활동 등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높이 평가 받아 기술혁신, 고부가가치 강재생산 및 하공정 사업 분야 등에서 전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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