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브라질 월드컵이 시작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축구 열기로 뜨겁다.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행사는 물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가 열리면 무엇보다 안전문제가 가장 큰 숙제로 남는다. 최근 대표적인 테러로는 9ㆍ11 테러와 지난해 4월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보스톤 마라톤 테러가 있었다. 테러를 예방하고 만약의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각국은 대테러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찰특공대 KNP868와 육군 특전사 소속 707특수임무대대가 대표적인 대테러부대로 손꼽힌다.
우리 경찰이 국제테러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확정되면서다. 경찰이 만든 대테러부대는 1983년 10월5일 치안본부(현 경찰청) 제2부 경비과 산하에 창설한 KNP868 부대다. 부대명이 KNP868(Korea National Police 86/88)인 이유도 86 아시아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국립경찰 대테러부대이기 때문이다.
경찰 특공대 KNP868의 초창기 요원들은 육군 특전사 내의 최정예 부대였던 27부대에서 전출하거나 제대 후 이적해온 인원이 대부분이었다. 2차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은 치안본부의 정예 요원을 선발해 팀을 구성했다.
경찰특공대 KNP868의 임무는 국내의 대테러방지활동과 인질구출작전이었다. 경찰특공대 KNP868대원은 1996년에 광화문에서 발생한 좌석버스 인질극 사건에도 투입됐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특전사내 27부대를 해체하고 경찰특공대 KNP868에 청와대 경호실 지원이나 외국 주요국빈 등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겼다.
경찰특공대 KNP868 요원은 경찰종합학교에 1개월간 훈련을 받고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특수전학교에서 다시 1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해외 전지훈련도 한다. 이들은 권총 뿐만 아니라 기관단총, 자동소총과 비살상무기인 고성능 가스총, 야시장비 등 특수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며 주간은 물론 야간 사격까지 완벽하게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경찰특공대 KNP868은 특공대장 아래 폭발물 처리반 등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군은 경찰보다 먼저 대테러부대를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대테러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606부대다. 박 전 대통령은 독일 연방경찰 소속 GSG-9부대가 1977년 10월에 발생한 민항기 루프트한자 납치 사건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대테러부대 필요성을 느꼈다. 창설 초기에는 1개 특공대로 구성됐으나 이후 2개 특공대로 늘어났다.
1개 특공대는 50명 정도로 장교 5명과 부사관 45여명으로 구성됐다. 오늘날 경찰특공대(swat)가 입는 검은 전투복과 베레모의 기원은 606부대원의 복장이다. 606부대원들은 매일 특화된 무술교육을 받았다. 이 무술은 살상무술 또는 특공무술로 불렸으며, 현재 군에 보급된 특공무술이 바로 이것이다.
606부대가 비운의 운명을 맞이한 것은 제5공화국시절이다. 1979년 12ㆍ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특전사 내에 자신을 보호할 친위 경호부대 창설를 지시한다. 특전사를 지목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특전사 창설요원이며, 미군의 레이저 코스를 수료한 후 제1공수특전여단장을 역임한 영향이 크다. 이후 606부대가 27부대로 개칭되고 청와대에 배속돼 대통령 경호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군에서는 27부대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특수임무부대인 707특수임무대대(이하 707특임대)를 만든다. 군에서 707특임대를 만든 속사정도 12ㆍ12 쿠데타 때문이다. 신군부 편에 섰던 제3공수특전여단장인 최세창 준장이 신군부 반대편이었던 정병주 특전사 사령관을 공격했다. 전형적인 하극상이었다.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부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특전사 내에서 충정교육을 폐지하고 친위부대 성격이 짙은 27부대를 해체시킨다. 결국 지금의 707특임대는 공수특전부대 들이 채울 수 없는 고도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된다. 특임대의 임무는 전시와 평시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전시에는 북쪽의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평시에는 한국인에 대한 항공기 납치 등 인질사건 발생시 대테러부대로 투입된다.
부대창설의 배경을 떠나 707특임대는 한국군 최고의 대테러부대로 인정받고 있다. 언론 공개나 지휘관 방문 때에도 부대원의 얼굴 공개가 금지될 만큼 신분보장이 확실하다. 707특임대원 중에는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육군 수방사 독거미부대처럼 특수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군도 일부 포함시켰다. 707부대원의 수는 100여명으로 알려졌으며 고공 1개 팀과 스킨스쿠버 1개 팀, 대테러담당 2개 팀으로 구성돼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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