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서 밤 하늘 보며 영화 감상 '소풍 같은 영화제'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숲 속 텐트 안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전북 무주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무주산골영화제'를 기획한 조지훈 프로그래머(사진)는 "세계 최초 개봉이나 상영작 수 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영화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면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가족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는 소풍 같은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자연을 배경으로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상영하는 '특별한' 영화제다. 올해 무주에 '작은영화관'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단 하나의 극장도 없이 영화제를 진행했다.
이 영화제는 신작 개봉보다 '좋은 영화 다시보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올해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거나 상영관이 없어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을 스크린에 올린다.
색다른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장료가 없고 입장·퇴장시간도 자유롭다. 조 프로그래머의 설명대로 '소풍'을 온 것처럼 즐기면 된다. 그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소풍 같은 영화제라면 감상 시간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자유로운 문화가 무주산골영화제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제의 백미는 단연 텐트 속에서 밤하늘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숲' 섹션이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 체육공원에 텐트(사이트당 1박 5000원)를 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숲속 영화관이 처음 운영된다. 영화 상영과 더불어 영화 시작 전 어쿠스틱 음악공연 등의 이벤트도 진행된다. 개막식이 열리는 '무주 등나무운동장'에도 야외상영관이 설치됐다.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이 운동장은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운동장으로 꼽힌다. 조 프로그래머는 "무주는 아직도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자연환경 자체가 무주산골영화제의 개성이 되고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의 '필수 코스'로 그는 개막작인 '이국정원(1958년)'을 꼽았다. 조 프로그래머는 "이국정원은 영화사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최초 한국-홍콩 합작 영화로 전창근, 도광계, 와카츠키 미츠오 등 한중일 세 나라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에 성공해 일반에는 두 번째로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국정원의 독특한 상영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 이국정원은 복원 당시 손상이 심해 음성이 없이 영상만 복원됐다. 대본이 남아 있어 후시녹음이 가능했다. 하지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후시녹음 대신 실시간 현장 녹음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막작 상영에 성우와 배경음악 연주단, 효과음을 내는 '폴리아티스트', 조명 스태프 등 40명이 동원된다.
조 프로그래머는 늘 소풍 같은 무주산골영화제를 희망한다. 그는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알려지고 있지만 국제영화제로 승격을 시킨다든지 규모를 늘릴 계획은 없다"며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소풍 같은 영화제가 되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