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독일 축구의 선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스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미하엘 슈마허(45·독일)가 6개월여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의 매니저 자비네 켐은 17일(한국시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가족과 함께 재활병원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슈마허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병원에서 의식회복 치료를 받았다. 켐은 “목소리와 신체 접촉에 반응을 보인다”며 “사고 당시 초동 조치를 잘 해준 분들과 그레노블 대학병원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슈마허는 지난해 12월 30일 프랑스 알프스의 메리벨 스키장에서 아들과 함께 스키를 타던 중 코스를 벗어나며 바위에 머리를 부딪쳤다. 사고 현장에서 헬리콥터를 통해 그르노블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다. 두개골 내부에서는 골절과 혈종이 발견됐고, 뇌가 부풀어 오르는 뇌부종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마허가 수술과 치료를 받는 사이 오스트리아의 한 매체는 '사실상의 식물인간 상태'를 의미하는 '실외투증후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뮬러원(F-1)의 황제’는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독일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둔 17일의 일이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정평이 난 슈마허는 지역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활동하고 자선경기를 뛰는 등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자국의 축구 선수들과도 가깝게 지낸다.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날)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축구를 사랑한 슈마허를 위해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마허가 제 발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우승한다면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 친구의 응원 덕일까. 슈마허는 의식을 회복했고 다른 병원에서 추가 회복치료를 받고 있다. 켐은 “대중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곳으로 갔다”고 했다. 독일대표팀도 대승했다. 17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0으로 완파했다. 가나, 미국, 포르투갈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 배치됐지만 토너먼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포돌스키는 “경기 직전 슈마허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그 덕에 선수 모두가 고무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우승한다면 우리 팀은 물론 슈마허를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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