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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20세기 대표 경제학자 14명의 환희와 굴욕, 그 숨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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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20세기 대표 경제학자 14명의 환희와 굴욕, 그 숨은 스토리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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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1946년 4월21일,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세상을 떠났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을 발표하며 경제학계와 세계의 경제정책을 뒤흔들어 놓았던 케인스의 사망 소식에 영국 '더 타임스'는 "케인스에 비견되는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를 찾으려면 우리는 아담 스미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사후, 전 세계적으로 '케인스 경제학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경제학자를 나누는 기준도 명확해졌다. 케인스학파이거나 또는 케인스학파가 아니거나.


신간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는 케인스에서 시작해 20세기 핵심 경제학자 14명의 삶과 이들의 대표 이론을 소개한 책이다. 총 5개의 파트를 구분하는 기준은 역시 '케인스'이다. ▲1부 케인스 ▲2부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 ▲3부 케인스를 비판한 통화주의자와 신고전학파 학자들 ▲4부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 경제학자들 ▲5부 신케인스주의자들 등이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들 인생에서의 영광 혹은 패배의 순간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대에 따라 경제학자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을 통해 경제사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 경제학자들의 영광의 순간 = 죽어서 오히려 이름을 날린 학자로는 '하이먼 민스키(1919~1996)'가 대표 인물이다. 민스키는 '케인스 혁명 다시 읽기', '불안한 경제의 안정화' 등 두 편의 저서를 통해 금융에서의 불안정 요인을 집요하게 파헤쳤지만, 평생을 주목받지 못한 채 무명으로 지내다 1996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예언대로 서브프라임 문제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닥치게 되자 민스키 이론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금융이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점을 가리켜 '민스키 모멘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지금보다 더 경제를 잘 운영하려면 기업이나 은행가가 투기적 금융을 억제하는 탁월한 금융사회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민스키의 주장이다.


지난 5월3일 별세한 게리 베커(1930~2014)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통쾌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다. 게리 베커는 인종차별, 결혼과 이혼, 교육, 마약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경제적으로 분석해 경제학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베커의 연구는 경제학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주류학계에서 줄곧 냉대받기 일쑤였다. '옥살이를 시킨다거나 다른 방식의 처벌을 내리기보다는 벌금형이 바람직하다', '평균적인 대학 졸업자의 소득이 (고등학교 졸업자 보다) 연간 10~12% 높다', '결혼 전에 이혼 조건을 명시한 계약서를 미리 교환하면 결혼 생활이 도리어 안정적일 수 있다' 등 그는 각종 사회현상에 끊임없이 경제학의 잣대를 들이대며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 경제학자들의 패배의 순간 = 물론 위대한 경제학자들에게 굴욕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새뮤얼슨의 경제학'의 저자 폴 새뮤얼슨(1915~2009)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하버드대 스승인 해럴드 버뱅크에게 심한 차별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대가 아닌 MIT의 조교수가 되는 과정에서도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당시 새뮤얼슨의 은사였던 조지프 슘페터는 "그가 하버드 대학의 어느 경제학과 교수보다도 뛰어났다는 점이, 하버드대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초기 이론을 살펴볼 수 있는 '경제 분석의 기초'는 학계 내의 권력 관계에 밀려 초판을 750부밖에 제작하지 못했다.


또 존 갤브레이스(1908~2006)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 학설 때문에 경제학자의 신분에 맞지 않게 '인도 대사'의 자리에 임명됐다. 당시 그는 "케네디는 내가 자신의 정부에서 일하기를 원하면서도, 미국과 인도만큼의 거리는 두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비꼬았다. 케인스와의 논쟁으로도 유명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는 1950년에 영국 런던 정경대학에서 미국 시카고 대학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하이에크가 조강지처를 버리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것에 대해 동료 교수들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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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저자는 우리가 경제학자들에 그동안 몰랐던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주변인들의 증언과 기록, 편지 등을 통해 세세하게 들려준다. 케인스가 어린 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일화, 폴 크루그먼이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 감명받아 경제학을 전공하게 됐다는 일화, 피터 드러커가 자서전을 발표하자 그의 친척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항의한 일화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시대 경제학자들의 민낯도 덤으로 만나볼 수 있다.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 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 신현호 옮김 / 부키 / 1만6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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