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장준우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야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 수위를 높였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하자며 맞섰지만 여당 일각에서도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청문회 최종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의 분위기는 극명히 갈렸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여권의 문 후보자 임명 강행 움직임에 대해 "참 엉뚱한 총리 후보를 끝까지 고집하는 건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고, 헌법정신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흘린 눈물을 스스로 배반하는 일이고,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을 믿은 국민을 또 한 번 배신하는 일"이라며 후보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문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가 국회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문 후보자의 지금까지 밝혀진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판단이 끝났다. (임명 강행은) 국민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우리는 일본 총리를 뽑는 게 아니다. 일본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총리를 시키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박근혜정부는 아직도 식민사관의 연장에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식민사관 소유자가 어떻게 대한민국 총리가 되느냐"며 "절대 안 된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만 당내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와 같은 당 의원 간 온도차도 감지됐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총리 임명자 문제로 여러 말씀들이 많지만 적격, 부적격을 판단하는 공식 절차는 인사청문회"라며 "법에 보장된 청문 절차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야당 대표는 (문 후보자의 해명을) 듣지도 않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말라고 하고 그것이 상식이라고 말하는데 이해하기 난감하다"며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책무로 야당이 이를 거부한다면 스스로 국회의 책무를 포기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차피 안 될 일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고 시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라며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정부청사 창성동별관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야당의 사퇴 압박에 대해 "그것은 야당에 가서 물어보시는 게 좋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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