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소비자단체 의견도 엇갈려…미래부 "6월까진 어떻게든 결론"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20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 이동통신 요금인가제를 놓고 업계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통시장 경쟁이 충분히 성숙됐다며 완전신고제로의 전환을 주장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여전히 시장지배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고 지배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현행 인가제 유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통신사업자,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인가제를 완화하되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신고제로 전환하되 필요 시 보완토록 하는 방안, 완전 신고제로 전환해 시장경쟁에 전면적으로 맡기는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완전신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하 상무는 "현재 규제의 틀은 이동전화 시장 성장기에 후발사업자를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한 규제였으며, 단통법 통과로 경쟁의 축이 보조금에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이제는 이를 탈피해 경쟁 활성화를 통해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사회적 요구란 점에서 인가제 폐지와 신고제 전환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 상무는 "신고제 전환 시 통신사업자의 요금 출시 기간이 단축돼 건강한 요금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고, 인가제에 따른 후발사업자의 요금제 베끼기, 장시간 소요 등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하 상무는 "알뜰폰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고 유효경쟁의 정책목표가 달성된 시점인데 아직도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한 인가제가 필요하냐"면서 "무선 1위사업자 시장지배율이 50% 이상인 다른 나라에도 요금규제는 없고, 지금의 경쟁환경에서 인가제가 폐지되더라도 후발사업자를 위협하는 약탈적 요금 설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5:3:2로 고착화된 현 시장구조는 오히려 인가제의 '가격우산' 아래에서 사업자들이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인가제가 시장지배력에 대한 유일한 사전 규제 장치라면서 계속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인가제가 유지되는 전제는 시장 지배력 때문으로, 지배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이용자보호와 시장경쟁여건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인가제 개편의 전제는 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앞으로 지배력을 상실하고 시장이 유효한 경쟁으로 나갈 것임이 확실하다는 것이나, 지금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년간 고착화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고 후발사업자와의 자본력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과거 KT의 초고속인터넷도 기간통신역무화에 따라 인가제 대상으로 상당기간 유지한 사례가 있으며, 요금규제는 해외와 단순비교할 수 없고 국내 실정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가제를 이용자 차별과 보호에 대해서만 사전심사하는 것으로 보완한다는 안 역시 시장경쟁적 측면과 이용자 후생을 모두 고려하라는 요금규제의 기본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다양한 경쟁 촉진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 지배력 규제 장치로 작동하는 것은 인가제가 유일하므로 이에 대한 개편은 유효시장 경쟁이 확보됐다는 점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SK텔레콤을 겨냥해 "망내무료요금제나 결합서비스처럼 1위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고착화하는 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후발 사업자를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배제하려는 불공정 행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이용자 차별이나 보호보다 시장지배력의 전이가 더 문제며, 전체 시장경쟁을 저해해 통신산업과 이용자 모두에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상무는 "제시된 3개안 모두 반경쟁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고 이용자 보호와 차별만 사전구제하는 것으로 돼 있어 적절하지 않다"면서 "사후규제인 약관변경 명령이나 과징금은 현행법상 이미 가능해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결국 사전규제만 완화되는 결과로, 사후규제가 있다고 해도 신고나 결론을 내리려면 3~6개월 이상 걸려 시장 폐해는 모두 다 나타난 뒤에는 회복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상무는 "인가제는 다른 규제 전체에 미칠 전반적 영향이 상당히 크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정부의 시장지배력 관련 규제가 완전히 소멸될 수 있기에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와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엇갈렸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제도 아래서는 요금을 내릴 때는 신고만 하면 가능함에도 인가제가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시장구조 고착화의 이유는 요금경쟁은 미흡한 반면 치열한 보조금경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20년 이상 지난 이제는 변화를 줄 때가 됐다"면서 "요금경쟁을 못하게 했으니 물이 막히면 다른 곳으로 흐르듯 보조금 경쟁이 격화된 것으로, 고착화된 담합구조와 가격우산을 깨려면 경쟁을 촉진하고 새로운 진입자를 밀어넣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가제를 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도록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폐지는 유효경쟁상황이 다 이뤄진 다음에 이를 선결조건으로 하는 것이 소비자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신종원 YMCA 실장은 "과거 요금신고를 원칙으로 하던 18년 전과 상황이 너무나 바뀌어 비교할 수 없게 된 지금은 제도를 유지할 정당성과 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관점에서 볼 때 전환할 때가 됐으며 신고제로 바꿔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날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6월 말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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