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통신요금 인가제’의 존폐 여부를 놓고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년 넘게 국내 통신업계의 규제 수단이었던 요금인가제가 이번에는 바뀔 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통신사업자,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통신요금 인가제의 존폐에 대해 미래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현재 통신요금제는 인가제와 신고제로 나뉜다. 무선시장과 유선시장에서 각각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진 SK텔레콤과 KT가 인가제 대상이다. 두 사업자는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반드시 미래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시장지배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오는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시행을 앞두고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쟁을 촉진해 통신요금을 끌어내리려는 취지로 도입된 단통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인가제를 완화하되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신고제로 전환하되 필요시 보완토록 하는 방안, 완전 신고제로 전환해 시장경쟁에 전면적으로 맡기는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첫 번째 ‘인가제 보완’ 안은 현행 인가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전심사를 완화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인가제 규정은 수익·비용을 고려한 요금적정성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예측에 근거한 사전 수익·비용 추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이용자보호와 이용자 차별 여부에 대해서만 사전 심사하고,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 요금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인가 후 실제 판매 결과를 토대로 약관변경 명령이나 과징금 제재 등 사후규제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의 경우 이용자 편익 보호 같은 현행 인가제의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사후 적정성 판단도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해외 주요국에서 요금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나 범정부적 규제 완화 노력에 배치된다는 점이 문제다.
두 번째 ‘인가제 폐지·신고제 보완’ 안은 일단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신고제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인가제를 적용받는 1위 사업자가 요금제 약관을 신고하면 접수된 내용에 대해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 여부를 심사해 필요하면 보완을 요구하고, 요금제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제 판매 결과를 토대로 적정성을 판단해 사후규제한다. 2·3위 사업자는 요금제 신고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 시행하되 신고된 약관을 공시하도록 한다.
이 경우 1위 사업자의 이용자차별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고, 요금 출시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대신 인가제 폐지가 시기상조라며 유지를 요구하는 후발 사업자가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완전신고제로의 전환이다. 1위 사업자도 사전심사 없이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이는 지금까지 제기됐던 인가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공정경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사전적 수단이 부재하다.
미래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각계 의견을 수렴해 현재 준비 중인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에 전반적인 규제 환경을 재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업계는 시장 지위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무선분야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바탕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를 누리려면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발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인가제를 없애면 가입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아직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KT는 유선분야 지배사업자이지만 통신시장의 주된 흐름이 무선시장이기에 전면적 인가제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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