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포럼]철도역에 주렁주렁한 전선, 모두 없앨 수 있다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사이언스포럼]철도역에 주렁주렁한 전선, 모두 없앨 수 있다 이준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AD

전력선이 사라진 철도시스템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그렇다'이다. 이것은 전력선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은 지상궤도를 따라 설치된 무선급전장치에서 일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생성시켜 차량의 집전장치와 자기장 공명 방식을 통해 대용량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의 전력선에 의한 전력공급방식은 판토그래프를 이용해 전력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접촉식 전력공급 시스템이었다. 접촉식 전력공급 시스템은 건설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고 외부에 노출돼 있어 감전의 위험성이 있어 안전성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여기에 환경친화성이 떨어지는 결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무선전력전송 방식은 기존 접촉식 급전설비와는 달리 전차선에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 유지보수가 거의 불필요하다. 열차 상부의 접촉식 집전장치가 제거되므로 열차가 통과하는 터널의 단면적을 축소해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고 단선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시스템이다.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은 지상설비와 차상설비로 구분될 수 있다. 지상설비는 지상 배전반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구동하는 인버터와 인버터로부터 발생된 고주파(60㎑)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급전선로로 구성된다. 차상설비로는 집전모듈이 있으며 집전모듈에는 지상의 고주파 전류에 서 생성된 고주파 자기장과 반응할 수 있는 집전코일과 집전코일에서 생성된 기전력을 직류전압으로 출력하는 정류기가 포함된다. 시스템의 구성 요구사항에 따라서 직류전압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전압 레귤레이터가 장착되는 경우도 있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상용화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동작주파수와 공진의 개념이 포함되지 않은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들 수 있다. 이는 우리 삶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어서 가정용 전동 칫솔, 무선 전기면도기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반면 동작주파수와 공진의 개념을 포함하는 전자기유도 방식을 이용하는 상용화 제품도 소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제품이 휴대폰과 태블릿 PC의 무선충전이다. 이들은 모두 저용량을 위한 무선충전 기술이다. 즉 작은 에너지로 가동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열차를 움직일 만큼 큰 무선 에너지가 필요한 시스템에는 보다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대용량 고주파(1㎿급ㆍ60㎑)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고속열차에 적용하는 시험을 지난 5월20일 의왕시 철도연 무선급전시험선에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기존 무선충전형 전기버스 용량인 100㎾보다 10배 높고 무선급전용 트램 용량인 180㎾보다 5배 이상 높은 1㎿급의 대용량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것이다. 또한 무선급전용 트램에서는 집전장치 100㎏당 3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된 고속열차 집전장치에서는 100㎏당 10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무게 대비 용량을 3.3배 정도 증가시켰다.


이번에 구현된 대용량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철도의 전력공급 방법을 바꿔 철도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용화 적용을 위해선 집전장치의 소형화와 경량화, 집전장치와 급전장치의 간격 증대에 따른 무선전력의 원활한 송수신 기술 확보,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적 설계 기술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앞선 이번 우리나라 철도 무선전력전송 시스템 개발이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이번 시스템은 기존의 접촉식 전력시스템에서 벗어나 공사비 절감은 물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아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이어서 앞으로 철도 분야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