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새 총리 후보로 내정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인선이다. 정치인이나 '법피아(법조+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아닌 민간인, 지역적으로도 PK(부산ㆍ경남)ㆍTK(대구ㆍ경북)가 아닌 충청 출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집권여당이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지방선거 결과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문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과 리더십이다. 그는 기자 출신으로 신문사 간부와 언론단체장, 대학교수를 지냈지만 행정 경험은 없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커질 총리실의 위상에 걸맞은 인물인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설될 사회부총리 및 경제부총리와 균형 관계를 유지하며 내각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후보자는 언론인 시절 보수 성향의 칼럼을 많이 썼다. 야당 등에서 그가 통합과 소통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문 후보자는 경기ㆍ제주도지사 등 새누리당 소장파 출신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시도하는 야당과의 정책 연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의 후속 인사, 향후 국정운영 방식에서 변화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문 후보자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 경험도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여생을 나라를 위해 바치겠다"고 했다. 청문회 준비 과정은 물론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이런 처음의 마음가짐을 견지하기 바란다. 오랜 언론인의 경험에서 체득한 현장 우선주의와 광범위한 여론청취 노력을 잊지 않고 국정수행에 반영하길 기대한다. 일부 칼럼에서 국정의 난맥상을 지적했듯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고 소신껏 직무를 수행하는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다. 국정 공백 현상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경제팀에 대한 경질 여부를 조기 결론 내야 한다. 신임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이라는 형식 요건을 충족하며 개각하기에는 작금의 경제 상황과 외교안보 및 사회 문제가 너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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