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월드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영국 BBC, 알자지라 아메리카 등 외신은 4일(한국시간) 월드컵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파나마와 친선경기를 치른 고이아스에서 시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무기를 쓰고 후추분무기를 내 눈에 뿌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반대시위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67)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계속된 시위로 브라질의 대외 이미지가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알도 헤벨로(58) 체육부 장관도 "(월드컵 반대) 시위는 일부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월드컵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축구황제' 펠레(74)도 한마디 했다. 그는 1일 브라질 일간지 폴라데상파울로와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경기장을 부수고 버스를 불태운다면 선수들이 뛸 곳이 없어진다"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펠레는 "축구는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다. 정치적 문제는 축구에 묻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브라질의 월드컵 반대 운동은 축제로 묻어버릴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 서민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0년 7.5%였던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0.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6.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달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8%가 올랐다. 가속화하는 물가 상승이 실질 임금을 떨어뜨리고 있다.
노동자는 거리로 나앉고 있다. 상파울루에만 주택 70만채가 부족하다. 전국적으로는 700만채 이상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민이 집을 사기에는 집값 오름세가 가파르다. 2008년 이후 120%나 뛰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파울루 동부의 월드컵 개막 경기장 주변에 5000여명이 천막을 치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개최 비용은 280억헤알(약 12조8500억원)이다. 초기 추정치보다 285%나 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5조2300억원), 2006년 독일 월드컵(5조5400억원)보다 세 배 많은 액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약 3조7800억원)보다는 네 배나 많다. 월드컵 대회 사상 최대 규모다.
국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의 지난달 24일자 발표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를 찬성한다는 답변은 45%, 반대는 43% 였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008년 10%에서 크게 늘었다. 월드컵 반대 시위에 대한 의견도 찬성 52%, 반대 44%로 나왔다. 월드컵이 다가오며 지난해에 비해 반대시위에 대한 찬성이 줄었지만 아직 반대시위를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는 50개가 넘는 도시로 번질 전망이다. 전국적인 규모다.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본선 경기가 열리는 열두개 도시에 군 병력 5만7000여명과 경찰과 소방대 10만여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9000억원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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