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엔·달러 110엔대로 오를 듯…투자자들은 이미 해외채권에 배팅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세계최대 연기금펀드인 공적기금(GPIF)을 비롯한 일본 연기금들이 대규모 국채 매도를 계획중인 가운데 이는 엔화 약세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노무라가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1조3000억달러(약 1330조81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GPIF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대규모 국채 매도 계획을 내놓고 있다. GPIF를 포함한 일본 대규모 연기금들은 국채를 매도하는 대신 최대 12조4000억엔어치의 해외국채와 7조5000억엔의 해외주식을 사들일 계획이라고 노무라는 설명했다.
연기금들의 국채 매도세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출로 올해 들어 주춤하던 엔저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라는 향후 12~18개월 내 엔화가 달러당 10엔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01.95엔에서 움직이고 있는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는 8엔 하락을 점쳤다. 노무라는 GPIF의 포트폴리오 재정비 초기에만 3~4엔이 바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이 79명의 외환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엔화가 108엔을 기록할 것으로 답했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지난해 달러 대비 21% 급락했던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는 3.4% 올랐다. 엔저 효과에 따라 수입 연료 가격 등이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5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던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부터 소비세가 인상된 데다 예상대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된다면 일본의 인플레이션도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무라의 유지로 고토 외환전략가는 "현재로써는 GPIF의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이 연말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채권 매도 계획이 이보다 빨리 나올 경우 엔화는 초기에만 10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파운드를 포함한 바스킷 통화들과 노르웨이 크로나, 멕시코 페소, 폴란드 즐로티 등에 대한 엔화 매도를 주문했다.
연기금의 국채 매도보다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도 발견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5주 연속 해외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장기간 매수 행진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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