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법학교수 27명이 삼성·애플간 1차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이유로 1조원에 가까운 배상액을 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31일(현지시간)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학 교수를 비롯한 법학 교수 27명은 미국 법원에 제출한 법정의견서(amicus curiae brief)를 통해 양사의 1차 소송에서 디자인 특허 문제와 관련해 삼성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때 이로 인한 모든 이익을 환수하는 법률은 1887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복합적인 제품이 아닌 카펫과 같은 단순한 제품을 염두에 두고 법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있다. 디자인 특허만 해도 케이스, 아이콘, 스크린 등 많은 부분이 관여하고 있다. 19세기에 만든 법률을 가지고 21세기 제품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시대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이들 법학 교수 27명 가운데서는 애플과 모토로라간 특허 소송에서는 표준특허와 관련해 애플을 지지했던 교수도 3명 포함돼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디자인을 전공한 교수도 포함됐다.
이들은 "세상은 1887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제품들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디자인 가치로만 아이폰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능도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스마트폰의 기능은 본질적인 가치로 디자인 특허가 아닌 다양한 실용신안특허들과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법학자들은 항소법원에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삼성의 이익이 연관됐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디자인과 연관된 이익 외에 손해배상금은 면제하도록 1심 법원에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이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되면 삼성전자의 1차 소송 배상액은 상당히 낮아지게 된다.
렘리 교수는 다른 소송에서 구글의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듀리탱그리(Durie Tangri)의 소속 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번 법정의견서에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은 삼성·애플간 1차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애플에 9억2900만달러(약 99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양측의 항소로 해당 사건은 항소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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