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용 사장 진심어린 사과에 황상기씨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음 편안"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및 교섭단 일원)로 시작된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백혈병 논란 세번째 대화는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및 반올림)로 끝났다.
그동안 입장차이만 보여온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대화가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며 문제해결에 한발짝 다가갔다.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대표단과 황상기씨,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한 반올림측과 피해자 유가족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 이인용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대표단 전원이 다시 한번 유가족측에 사과를 전달했다.
어렵게 대화를 다시 시작한 만큼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은 만들지 않고 문제 해결 자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식 사과를 한 뒤 다시 한번 반올림과 유가족들 앞에서 사과한 것이다.
이후 2시간 정도의 대화는 큰 이견 없이 진행됐다. 삼성전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반올림은 조금씩 서로 양보하며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의제에 대한 성실한 대화 ▲회사가 제기한 고소건(작업장 시위에 따른 경비원의 피해자측 고소건 등)에 대한 이른 시일 내 해결 노력 ▲6월 중 다음 협의 일정 등에 대해 합의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중재 조정기구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측이 양보했다. 제3의 중재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재기구 때문에 대화가 중단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었다.
이인용 사장은 "중재 조정기구 구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가족 분들과 반올림 측에서는 양측이 대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하시니 우선은 그렇게 대화를 해 나가고 대화가 벽에 부딪치면 그때는 중재 조정기구를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측은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합의했다. 문제의 본질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끝난 뒤 황상기씨는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이인용 사장이 참석한 이번 교섭은 어느때 보다 진전이 있었으며 삼성전자가 진심으로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줘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양측은 오늘 6월 4번째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고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지점도 있다. 반올림측이 주장하고 있는 노동조합 설립, 현장 안전보건에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 등은 삼성전자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종전의 논란만 되풀이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 관계자는 "향후 교섭에서는 내실 있는 협상을 진행하고 종전에 있었던 다른 논란 대신 요구안 내용을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서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피해자 보상과 사태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번째 대화부터는 새로운 대표단을 구성, 참석하기로 했다.
새롭게 구성된 삼성전자 측 대표단은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선임), 최완우 삼성전자 DS(반도체ㆍ부품) 인사 담당 상무, 백수하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상무, 최희정 변호사, 이민섭 DS 인사 부장 등으로 구성됐다. 백 전무가 삼성전자측 대표로 대화에 나선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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