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자산배분전략의 핵심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이 올해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회사나 기업, 정부 등 투자주체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대외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자산배분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자산배분이 필요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돈의 흐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외투자 1조달러 시대 '활짝'=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말 현재 한국의 대외투자 잔액은 9866억달러(1048조3156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224억달러(2.3%)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늦어도 하반기에는 1조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로 환산한 대외투자 잔액은 이미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1994년 말 745억달러에 불과하던 대외투자 잔액은 1996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늘어 20년 새 13배 이상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IMF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7년과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 등 세차례를 제외하곤 거의 매년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경영권을 수반하는 직접투자의 경우 올 1분기말 2342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55억달러(2.4%) 늘었다. 직접투자 역시 1998년과 2001년을 제외하곤 대체로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주식 및 채권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 주식투자 잔액은 지난해 1분기말 1064억달러로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올 1분기에는 1282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해외 채권투자 잔액도 올 1분기말 512억달러로 5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2006년 말 609억달러로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던 해외 채권투자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200억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대외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해외에서 생존 전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물 안 개구리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20% 육박= 금융사나 기업은 물론 주요 연기금들도 해외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과 분야를 개척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큰손' 국민연금은 2001년 100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시작한 이래 해외 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 올 1분기말 현재 82조원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주식이 44조3000억원(10.4%), 해외 대체투자가 19조7000억원(4.6%), 해외 채권이 18조4000억원(4.3%) 규모로 투자되고 있다.
해외 투자의 수익률은 국내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직접 1.61%, 간접 4.36%에 머문 반면 해외 주식은 무려 21.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 역시 해외 수익률이 8%대로 국내의 두배 수준이었다. 채권에서만 국내 수익률이 2%대로 해외(0.33%) 수익률을 앞질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투자 정책 수립을 위해 '해외투자 종합계획 기획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대학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됐으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및 위험관리 전략을 짤 방침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해외투자 비중을 두배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2%대에 불과한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 비중을 올해 모두 4%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중국 투자 빠르게 증가…1000억달러 근접=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는 미국과 유럽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아직까지는 선진국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준비자산(금과 미 달러화 등 외화 준비를 위해 편입돼 있는 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은 지난해 6078억달러로 이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다. 지난 2005년 30.0%까지 올랐던 미국 투자 비중은 이후 감소세를 타고 있다. 유럽 역시 2005년 20.0%였던 비중이 유럽 재정위기를 전후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18.1%로 내려갔다.
반면 중국 비중은 2002년 9.3%로 한자릿수에 머물다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6.1%로 확대됐다. 동남아 전체 비중(16.6%)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대외투자 잔액도 지난해 979억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232억달러)과 중국(186억달러)ㆍ동남아(129억달러) 순으로 대외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지역별 투자 형태를 보면 중국(56.2%)과 동남아(41.3%)는 직접투자, 미국(45.4%)과 유럽(40.0%)은 증권투자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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