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전 광주KBS보도국장”
하나 물어봅시다.
우리가 돈이 많습니까? 권력이 있습니까? 아니면 남 다른 명예가 있습니까? 있다고요? 그래요, 얼마나 있습니까?
기껏해야 옆집 김씨네 보다, 아니면 이씨네 보다, 박씨네 보다 조금 더 있겠지요. 따져보면 정말 우리 가진 것 없습니다.
그래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조금은 남은 것 같았는데, 이제는 다 잃었지 싶습니다. 우리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소리칠 수도, 하소연 할 수도 없네요. 이유는, 이 모든 것이 바로 내 탓이기 때문입니다. 자학이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내 탓입니다.
요즘, ‘홍어’ 이야기 많이 들으셨지요? 성질 나셨지요? ‘전라디언’은 또 어떻습니까? 잘 모르신다면, 그나마 속 편하시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아냥거리는 것을 여러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냥 못 견디시겠지요? 화나시겠지요? 당연합니다.
우리 시민(?)은 그런 비아냥거림을 받을 일을 했다는 기억이 없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언제서 부턴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도시, 작은 지역까지, 평가하는데 우선적으로 보여 지는 것은 누가 그 곳을 대표하느냐 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곳을 대표하는 이들이 과연 우리지역을 이야기하는 그런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었을까요? ‘아니?’ 란 의심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임명제일 때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치지만 민선지자체장인데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어느 방면에서는 실망을 키웠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그래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번은 따져봐야 하겠다 생각됐습니다. 조금 늦었나요? 그러나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믿고 시작합니다.
지난 세월로 잠깐 돌아가 보시지요.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긴 세월 중 가장 처절했던, 박정희 유신시절, 전두환 5공시절로 가 보겠습니다.
중앙의 재계는 물론 관계, 그 밖의 각급 기관 단체 등등, 권력과 명예가 함께하는 집단에서 정녕 자신의 순수한 능력으로 살아남은 이 지역 인물이 몇이나 됩니까? 많은 이들이 독재에 맞서다가, 또는 철저한 견제에 꽃망울이 꺾이고 시들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정권이 들어 선 뒤, 사람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 우리 한 두 번 들은 이야기가 아니지요. 이 같은 상황에서, 정말 어려운 환경과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나라의 중요한 일자리를 맡은 우리 지역 인재들, 참, 어려운 일들을 하셨지요.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임기동안 행한 일들을 통해 우리에게 실망만을 주었고, 그들이 가진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우리가 순수하게 인정할 수 있는 그러한 능력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과연 그 능력은 어떤 능력이었고 누구를 위한 능력이었을까요? 결국 일신의 영달을 위한 능력이 세월을 더해가면서 광주의 하나 남은 명예마저 내려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광주의 자존심이라 했습니다.
안으로 우리 삶의 지주, 그리고 밖으로 내세울 광주의 자존심, 뭐겠습니까? 저마다 생각이 다르시겠지만, 저는 광주시민의 대표 심부름꾼 시장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시장은 광주정신인 희생과 민주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사람,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외부의 비아냥거림을 우리 스스로 자초한 산물일 수 있다고 한 것, 다른 이유가 아니지요. 민선 시장의 선택권이 다른 어느 누구에게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것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를 책임 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광주광역시장 선거가 바야흐로 전국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앞서 중앙 정치상황의 변화에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더니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전략공천과 단일화 두 단계를 거쳐 관심의 중앙에 섰습니다. 관심이 커 졌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 커졌다는 것이지요.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져야 할 이유입니다.
전략공천과 단일화, 이는 양측 공방이 오가는 최대 이슈입니다. 아니 정확히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었습니다가 맞겠지요.이제 공격 수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공격 수단으로 사용한 그 자체가 억지라 할 수 있지요. 하는 측에서 보면 법적으로 안 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러나 당하는 측에서 보면 상황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유가 불충분하고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양측 모두 서로 밀실 야합이라는데 양측 모두 자신들이 한 행위는 밀실 야합이 아니라 합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이는 선거전에 흔히 있는 공방으로 어느 한쪽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공방 사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지요.
5.18을 기념하고 영령들을 위로하러 온 손님들을 기념식장에서 욕보이고, 감금, 폭력 등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전략공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왜냐면, 광주가 몇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구원파가 씁디다만 ‘막 가자는 겁니까?’ 이래가지고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광주의 자존심하면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일, 물론 5.18이지요. 그 가운데 치안공백 기간 일주일. 가슴 속으로 뿌듯하고 밖으로 당당한 그 일주일. 우리 서로 믿고 살았지요. 정말 어려웠지만 누구를 탓했습니까? 나보다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흔히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합니다. 글세요? 그런데 우리 잘 살면 얼마나 잘 살고 못 살면 또 얼마나 못 살겠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광주의 진정한 자존심부터 찾읍시다. 그 속에 모두 함께 잘 사는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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