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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유세장 풍경, 정몽준과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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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유세장 풍경, 정몽준과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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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24일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각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 앞.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나타나자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정몽준'을 연호했다. 대부분 빨간 모자와 빨간 조끼, 빨간 티셔츠를 입은 40~50대의 아주머니들이다. 시장 맞은편 길 양쪽에도 정 후보의 선거홍보 피켓을 든 '빨간 아주머니들'이 자리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서대문구 영천시장 광장.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연설 장소. 파란색 점퍼나 조끼를 입은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원도 100여명가량. 그래도 지지자들의 환호와 '충성도'는 컸다. 어린 아들 손에 '울 아빠는 박원순 시장님이 최고래요'라는 글귀를 쓴 판을 들린 30대 엄마가 있을 정도. 군중 틈엔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보였다.

풍경 둘. 정 후보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편안한 차림으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연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를 되뇌며 두 손을 내밀었다. 호떡집 여주인이 호떡 하나를 공짜로 주자 "하나 더 주세요"하며 2000원을 꺼내기도 했다. 앉아서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 앞에선 무릎을 굽혀 앉으며 손을 잡았다. 7선 의원답게 '능숙'했다.


박 후보도 연설에 앞서 운동화 차림으로 시장을 돌았다. 수행원은 진선미, 우상호 의원 등으로 단출했다. 박 후보는 시장 시절 이곳을 자주 찾은 때문인 듯 "벌써 거의 다 파셨네요" "매대를 안쪽으로 길게 하면 어떨까요" 등 상인들과 흉허물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시장 후보가 아니라 '시장'인 듯 자연스러웠다.

풍경 셋. 우림시장 맞은편에선 정 후보와 경쟁에 나섰던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찬조연설을 했다. 김 전 총리는 "박원순 후보는 안보관이 미심쩍다"고 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박 후보는 세금만 축내고 한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서울시장 3년은 아무 것도 한 것 없는 잃어버린 3년"이라며 "저는 열심히 일하는 '일복 시장',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광장 바닥에 플라스틱 박스를 놓고 그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쪽에서 제가 한 일이 없다고 하는 데 맞다. 전시성 사업, 토건사업, 개인치적 사업은 안 했다. 대신 시민들이 꼭 원하는 것을 했다. 시장 주차장을 넓힌 게 누구인가. 바로 저다. 세월호 사고는 고속성장, 무한경쟁, 거대 물신주의 등으로 인한 참사다. 힘없고 가난한 시민을 돌보는 게 행정의 기본이다"


같은 점.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두 후보 모두 조용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떠들썩한 로고송도, 율동도 없었다. 요란한 이벤트성 유세보다는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스킨십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를 이뤘다. 시장통이라 그런지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점도 비슷했다.


다른 점. 정 후보는 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운동원을 활용한 반면 박 후보는 당을 적극 드러내려 하지도, 운동원을 동원하지도 않으려는 눈치였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정 후보 측은 참사 이후의 일, 경기를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자고 강조한 반면 박 후보 측은 참사 원인이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다며 심판론을 주장했다. 정 후보의 유세가 박 후보의 실정 공격 위주라면 박 후보는 현장 맞춤형 공약 제시인 점도 다르다면 다른 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로는 박 후보가 정 후보를 월등 앞서 있다. 초조함과 여유의 차이인가. 정 후보 측은 '박 후보 부인 출국설' 등 네거티브성 공세를 펴고, 박 후보 측은 흑색선전은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되도록 '조용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박 후보 우위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반전이 있을지, 이제 9일 남았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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