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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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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최동현 기자]'제자들로부터 감사를 받기보다는 스승이어서 미안하고 어른이어서 미안한 스승의 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올해 스승의 날은 어느 해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기념 행사 대신 추모행사를 여는 곳이 많다. 선생님들은 스승인 것을 축하받고 자축하기보다는 자성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날로 삼고 있다.

13일 안산교육지원청은 올해 안산지역 중·고교 53곳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학교가 스승의 날 정상수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안산고의 경우 매년 스승의 날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지만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동산고는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고 스승의 날 아침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교사 헌신 예배'를 가질 예정이다.


다른 지역의 학교들도 스승의 날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보낼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8~9일 전국 200개 초·중·고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정상 수업을 하며 감사 편지 쓰기, 교사에게 카네이션 달아주기 등 조촐한 기념만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교총은 1982년 스승의 날 부활 이후 처음으로 기념식을 열지 않고 스승주간인 12일~18일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주간으로 정하기도 했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과 카네이션이 아닌 국화꽃을 들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기로 했다. 경북 문경시 소재 중학교 교사 박모씨(30·여)는 "인솔하는 교사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것에 교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스승의 날이 끝난 후 주말에 학생들과 같이 분향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황모씨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는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교사들도 자숙하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스승의 날 단축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일찍 돌려보내기로 했지만 교사들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스승의 날을 평소와 다르게 조용히 보내려는 면에서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14일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이번 스승의 날에는 학교가 주최하는 공식적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단과대별로 조촐하게 보내는 것으로 축소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올해 스승의 날엔 학교가 주최하는 공식적 행사는 없다"면서 "다만 각 단과대별로 작은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스승의 날 행사에 조심스런 모습이다. 각 과별 학과사무실 및 학생회 측에 스승의 날 행사를 열지 말 것을 요청하거나 카네이션과 노래, 선물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중앙대 정외과의 한 교수는 "이번 스승의 날은 여느 때와 달리 조용하게 보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성신여대 재학생 최헌지(26·여)씨도 "해마다 수업시간 때 노래를 부르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는데 이번엔 교수님이 미리 이런 것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아무래도 세월호 사고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학과 대표인 최씨는 강의시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잠시 묵념 시간을 갖기로 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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