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을 둘러싼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무공천'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명분이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이제는 '공천'을 놓고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날로 심해지는 분위기다. 급기야 당의 수석대변인이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당을 떠나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13일 "한 지붕 두 가족이 뭉쳤는데 안타깝게도 콩가루 집안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면 아래 있던 공천 갈등에 불씨를 당긴 것은 당 지도부가 개혁 공천이란 미명하에 밀어붙인 6ㆍ4 지방선거 광주시장 전략 공천이었다. 호남 지역에 국한됐던 갈등의 불똥은 세월호 사고 수습이 한창일 때 안산시장 후보를 또 한 번 전략 공천하면서 전국 단위로 튀었다.
공천에 대한 불만은 결국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폭발했다. 이날 의총의 주요 안건은 세월호 후속 조치와 관련한 것이었는데 난 데 없는 지도부 퇴진 요구가 잇따른 것이다.
안산이 지역구인 중진 김영환 의원이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김한길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제종길 전 의원이 전략 공천된 데 대해 "지역 국회의원의 의견을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당에게 제명을 요청하고 싶다"고 하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곧 바로 전남도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윤석 대변인과 정청래 의원이 신상 발언을 요청하자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을 의식한 듯 회의를 비공개로 급전환했다.
이 대변인은 "두 대표는 자기 지분을 챙기기 위해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해 왔다"며 "안 대표는 진정으로 새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대통령 출마에 대한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먼저 보여달라"는 취지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전남도당 공천 작업 중에 안 대표 측 인사와 공천권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것에서 비롯됐다.
정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각 시ㆍ도당 공심위가 안 대표 측 생떼쓰기로 쑥대밭이 됐다"며 "두 대표의 퇴진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의총장에서는 고성까지 오가며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연출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불협화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 이유로는 김ㆍ안 대표의 소통 능력 부재를 꼽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또 다른 의원은 "김한길 대표 때도 그랬지만 안철수 대표가 합류하면서 불통은 이미지처럼 굳어졌다"며 "두 대표가 직접 나서 일일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안 대표는 당심(黨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원칙적인 말을 되풀이 했다. 전날 의총장 앞에서 안 대표는 "공천이라는 게 정치인에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 정도의 공천 잡음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안 대표를 앞세워 비난의 화살에서 비켜서 있는 김 대표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몇 달 전만 해도 경질론이 뜨거울 때 안 대표와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하면서 기사회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안 대표 뒤에서 뒷짐 지고 있다는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지도부 측 관계자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찌 됐든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인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도부에 좀 더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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