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이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가려진 정체를 드러냈다. 작품은 냉정한 권력세력과 이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반란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안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우리사회의 비겁과 폭력성에 대한 신랄한 질문을 던졌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시나리오는 이에 몰입도를 더했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한 여학생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이에 분노한 그림자7(마동석 분)은 관련자를 한 명씩 납치한다. 하지만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살해 동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윗선의 존재를 암시하며 씁쓸한 무력감을 선사했다.
김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였다. 그는 선정적인 장면들을 적절히 활용해 비현실적이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였다. 그 안에서 난무하는 저열한 폭력은 단순한 과장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마동석과 김영민 등 명배우들의 연기도 쏠쏠한 볼거리였다. 특히 마동석은 주연으로서의 위치에 걸맞은 열연을 펼쳤다. 권력자들에게 같은 힘으로 저항하는 그의 캐릭터는 몰락의 순간까지 처절함을 잃지 않았다. 김영민은 무려 1인8역을 맡아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이중적인 매력을 선사했다.
인간은 이중적이다. 소중한 이들에겐 한없이 자애로우면서도 타인에겐 냉정하다. '일대일'은 그런 습성을 꼬집었다. "관객들은 여러 캐릭터들 중 한 명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김 감독의 말은 촌철살인이다.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인간성을 잃고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