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진도(전남)=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세월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실종자 구조에, 가족 지원에 관계되는 모든 부처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최선'일까.

2011년 대지진 때 일본 당국이 학교 체육관에 마련한 피난소에는 가족 단위의 텐트가 제공됐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사고대책본부는 '칸막이'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칸막이나 텐트 같은 건 없다. 당국은 '공식적으로 합의된 가족들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체육관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의자가 빽빽이 놓인 2층 관람석 한구석에 종이상자로 주변을 막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아래(체육관 바닥)는 너무 환해서…"라고 말했다. 관람석 뒤편에 누워 있던 중년 남성 역시 "사방이 뻥 뚫린 아래쪽이 오히려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들은 분명 힘들고 답답하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가족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물리적 불편'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국립남도국악원을 실종자 가족 숙소로 제공하지 않은 것도 당국은 '가족들이 옮기기를 원하지 않아'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원하지 않았다' '요청이 없었다'는 한결같은 해명은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가족들이 그 넓고 휑한 체육관에서 매트 하나 깐 채 옷을 갈아입고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건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서가 아니다. 자신을 보호할 만한 정신적 에너지도, 마음의 여유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그분들이 지금 본인 편한 게 중요하겠나. 그게 자식 찾는 것보다 중요하겠나"라고 말한다. 바로 그 얘기다. 자식 찾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살필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하는 것, 알아서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 그래야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닐까.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