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BOE 엇갈린 통화정책 전망에 금리 역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6년만에 처음으로 영국 국채 금리보다 낮아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656%로 떨어졌다. 반면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683%를 기록했다.
2011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아일랜드로서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당시 아일랜드 국채 금리는 영국보다 무려 11%포인트 이상 높았다.
국채 금리 하락은 아일랜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일랜드는 지난해 말 구제금융을 받았던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하락한 금리가 구조개혁을 더디게 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경제에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겨져 있다며 회복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국채 금리가 역전된 또 다른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에 대한 엇갈린 전망 때문이다.
ECB는 유로존의 낮은 물가와 유로 강세 때문에 추가 부양 조치를 고심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지난해 도입한 주택 구매 지원 제도가 효과를 보면서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으며 이에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중 BOE가 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BOE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CB는 완화, BOE는 긴축으로 통화정책 전망이 엇갈리면서 유로존에 속한 아일랜드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영국 국채 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화정책에 더 민감한 단기 국채 금리에서는 아일랜드가 영국에 역전한 지 이미 오래다.
아일랜드의 2년물 국채 금리는 0.436%인데 반해 영국 2년물 국채 금리는 0.754%다. 5년물 국채 금리도 아일랜드가 1.035%로 영국의 1.99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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