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덕수 전 STX 회장 금품로비 정황 포착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검찰이 수조원대 비리 혐의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64) 등 경영진을 재판에 넘긴 것에 이어 강 전 회장이 한국무역보험공사 전 사장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강 전 회장의 로비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비자금 사용처와 각종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전날 이뤄진 서울 종로구 소재 무역보험공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 사장 유모씨(64)가 편의제공을 대가로 STX 측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무역보험공사가 STX그룹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009년 6월 영업이익을 부풀린 허위 재무제표를 제시하고 무역보험공사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한편 유씨는 STX그룹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65·전 STX중공업 회장)과 같은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대가성 여부를 확인한 뒤 조만간 유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회사자금 557억원을 빼돌리고 계열사 자금 2843억원 상당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강 전 회장을 8일 구속기소했다.

강 전 회장은 이 외에도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해 분식회계한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해 2조6500억원 상당의 대출사기를 주도하고 회사채를 부정 발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희범 전 장관은 강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STX건설의 군인공제회 채무를 STX중공업의 연대보증을 통해 부당지원하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장관의 배임액은 869억원으로 알려졌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