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소비심리 최악…경제, 손 놓고 있을 때 지났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우리 경제에 '내수·수출 동반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중심인 수출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내수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휘청거리면서 기업들도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8일 오전 10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5원 오른 달러당 1024.5원에 거래됐다. 환율은 전날 달러당 1022원에 마감하면서 5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환율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소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달러당 1050원을 손익분기점의 기준으로 잡았고, 심리적 저지선도 1030원 수준이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해외공장 설립, 결제화폐 다변화 등으로 환율하락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올해 무역수지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의 경우 당시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출은 4220억달러, 수입은 4352억달러로 132억67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내수시장은 얼어붙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세월호 사고가 소비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매판매, 문화시설 이용, 관광·나들이 등의 분야에서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투자도 활기를 잃었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도 불구 지난해 연간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올 1·4분기 설비투자도 전분기 대비 5.1% 줄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3.9% 경제 성장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은 소비회복세 둔화로 성장률이 3.5%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세월호 사건 이전에도 경제 활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2분기에는 소비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원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회복의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위기감에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는 세월호 사고에 따른 내수 침체 대책,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대책 등 경제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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