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으로 경제 후유증 심각
OECD, 올 전망치 3.5%→2.6%로 낮춰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세월호 참사로 우리나라의 내수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민간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5%(지난해 11월)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도 지난달 한국의 민간소비가 전월 대비 3%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대형사고가 있었던 사례를 봐도 사고 이후 소비가 위축돼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위축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진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풍백화점ㆍ대구지하철ㆍ천안함…소비에 직격탄=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백화점업계였다. 당시 쁘렝땅백화점의 여름바겐세일 고객 수는 전년보다 37%가량 감소했고, 현대와 롯데, 그랜드백화점 역시 30% 이상 고객이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여름바겐세일 예상매출액도 목표액보다 25%가량 줄었다. 특히 붕괴사고에 대한 우려로 지하식품관 방문객 수는 무려 90% 이상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1995년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8.7%에 육박했지만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8%로 0.7%포인트 떨어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당시 사고 이후 아예 백화점에 발길을 끊는 고객들이 급증했다"면서 "특히 백화점에 오더라도 붕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바로 나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2003년 2월 있었던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이후에도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소매판매액 지수는 2월 79.5에서 3월 78.5, 4월 76.4로 연이어 하락했다. 또 소비재판매액 지수는 3월 1.0%에서 4월 -3.0%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반전했다. 이어 4월 -5.5%로 감소세가 더욱 확대됐다.
특히 제조업생산은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으로 1~2월 평균 6.4%에서 3월 4.3%, 4월 1.6%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활동지수는 더욱 심각했다. 1~2월 2.5%에서 3월 -0.3%를 기록하며 감소로 전환했으며 4월에는 -0.5%로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2010년 3월 말 천안함 침몰 사건도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월 2.0%에서 3월 -1.3%, 4월 -1.7%로 전월에 비해 감소세가 확대됐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생산활동지수가 2월 3.1%에서 3월 -0.2%로 하락 반전했다.
◆전문가들 "소비 위축 장기화 우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태가 내수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원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달 중 발표되는 소비자ㆍ서비스업 심리 지수를 세월호 사태 후 내수 경기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유력 지표로 꼽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경제분석 연구위원은 "단체여행이 취소되면서 여행지 음식점 및 숙박업 계약 취소가 발생했고, 관련 유통서비스 매출 감소는 종사자들의 소득 감소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일시적인 소비 위축은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2~3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세월호 사태가 (국가 혹은 기업들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거시경제팀 선임연구원은 이달 중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까지 나온 지표 중 유의미한 건 백화점 실적이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라며 "오는 25일쯤 공개되는 소비자심리지수와 이달 말 발표되는 서비스업활동 지수 등을 통해 세월호 사건 후 내수경기 흐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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