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6·4 지방선거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심(朴心,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뒷심을 어느 정도 발휘할 지도 관심이다. 특정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다는 박심 논란은 당심과 민심이 상반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현재까지 새누리당 경선 결과를 보면 친박 보다는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이 약간 앞서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확정된 14곳 가운데 호남권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친박계가 5명, 비박계는 6명이다.
경선 초기에는 비박이 앞섰다. 경남지사 경선에서 비박인 홍준표 지사가 친박 주류가 미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밀어낸데 이어 제주에서는 원희룡 전 의원이 제주지사 후보로 결정됐다. 울산의 김기현, 강원 최흥집, 충북 윤진식 모두 친박 인사는 아니다. 특히 친박의 성지인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서 권영진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박심은 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친박으로 분류되는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체면치레를 하면서 '친박 위기론'을 간신히 잠재울 수 있었다. 친박계 광역자체단체장 후보로는 김관용 경북 지사 후보와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충남지사직에 도전장을 내면 정진석 후보 등이다.
관심은 아직 경선이 남은 지역에서 박심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경선이 이번 주 예정돼 있는 만큼 결과에 따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경선을 준비하는 친박 후보들의 여건은 녹록치 않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인천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영길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지만 정작 당내 경선에선 예상과 달리 안상수 전 시장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 경선은 이미 비박계인 남경필과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으로 압축된 상태다.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든 김황식 전 총리도 비주류의 대표격인 정몽준 의원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고 있다. 김 후보는 최근 "박 대통령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는 폭탄발언도 서슴지 않아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야기했다.
박심의 최대 악재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이다. 세월호 참사 전 70%에 육박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최근 40%대로 낮아졌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 관계자는 "요새 현장에 나가면 정부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며 "이 와중에 선거 현장에서 박심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세월호 사건으로 친박 주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며 "박심으로 지지율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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