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원봉사 잠수부 투입 논란 심화‥'배제하지 마라' vs '이유 있다' 팽팽
[진도 = 아시아경제 김봉수 최동현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현장에서 민간 자원봉사 잠수부들과 군경 구조 당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민간자원봉사 잠수부들은 해경 측이 고의로 자신들을 홀대하며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해경 측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인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23일 한국수중환경협회와 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침몰 사고 발생 후 수색·구조 작업에 지원한 민간자원봉사 잠수부는 총 512명이다. 하지만 이중 지난 23일까지 구조 작업에 실제 투입돼 잠수했던 사람은 16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민간자원봉사 잠수부들은 군경 구조당국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원봉사에 나섰던 황대영(62)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은 “23일엔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14명의 잠수부를 세월호 사고현장에 투입하려 했으나 해경이 가로막아 무산됐다”며 “어제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해경이 막말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해경 측 한 간부가 민간 자원봉사 잠수부를 데리고 온 자신의 부하에게 "아무나 데리고 오지 마라 **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해군 특수전 전단(UDT) 동지회 측도 이날 오후 ‘해경의 안일한 태도와 관료적 사고를 고발한다’ 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해경을 비판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UDT 동지회는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하고 팽목항으로 들어왔지만 물 한번 들어가 보지 못했다. 또 19일에는 표면공기 공급방식으로 잠수를 할 수 있게 필요한 사항들을 협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권경락 UDT 동지회 회장은 “사고 초기 UDT 출신의 전문다이버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해경의 안일하고 관료적인 자세로 묵살됐다”며 “혹여 구할 수 있는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받게 하는 것에 격분한다”고 성토했다.
이로 인해 22일엔 현장에 남아있던 민간자원봉사 잠수부 200여명중 20여명을 제외하고 모두 철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해경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해경은 24일 오전 브리핑에서 “민간자원봉사 잠수부들이 현장에 오면 입수 기회를 줬다”며 “대부분 거센 물살과 제한된 시야로 물속에서 10분도 채 안 돼 출수하거나, 심지어 입수도 하지 않고 사진만 찍는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작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배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해경은 이와 관련해 현장에 있는 실종자 가족 대표들의 동의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또 앞으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자원봉사 잠수부의 실력, 경력, 생존자 구조가능성, 현장 통제를 통한 효율적인 구조 작전 수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간자원봉사 잠수부의 입수기회가 제한되고 있지만 이미 해난구조대(SSU), 해군 특수전전단(SSU), 특전사, 해경, 소방, 민간업체 잠수부 등 총 700여명의 잠수요원들이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도 구한 만큼 민간자원봉사 잠수부의 추가 투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4개 단체, 총 343명에 달하는 민간자원봉사 잠수부들이 해경의 이러한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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