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개된 진도연안관제센터-세월호 통신 녹취록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앞바다 병풍도 북방 2.5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선원들이 조난 신고 직후 배가 급격히 기울어자 "거동이 힘들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탑승객 구조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 탈출을 위해 브리지에 모여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모 대리선장 등 선원들이 초기 오판 및 직무 해태로 초기에 탑승객들을 대피시키지 못해 대형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의혹이 상당한 근거를 얻게 됐다.
20일 오후3시쯤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진도 연안관제센터(VTS)와 세월호와의 통화 내역 녹취록에 따르면, 진도연안VTS 측은 오전9시06분부터 세월호와 통화를 시작했으며, 약 31분간 통화를 한 후 오전9시37분께 교신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측의 통화 주체는 이모 대리 선장이 아니라 선임 항해사급 선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8시58분 승객에 의해 조난 신고가 이뤄진 직후인 오전9시6분 진도연안VTS와 세월호와의 교신이 이뤄졌다. 당초 세월호는 사고 전에는 목적지인 제주연안VTS와 채널을 맞춰 놓았었지만, 사고 신고 직후 해경의 지령을 받은 진도연안VTS가 호출하면서 교신을 시작했다.
특히 신고 10분도 채 지나기 전인 오전9시10분께 이미 세월호 측은 승선원들의 상태를 묻는 진도연안VTS 측의 질문에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다가 진도연안VTS 측의 요청에 의해 구조를 위해 세월호 쪽으로 접근하던 A선박에서도 같은 시각 "(세월호가)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하다"고 보고했다.
또 세월호는 오전9시14분께 "승객들이 지금 탈출이 가능하냐"는 진도연안VTS의 질문에 "지금 배가 많이 기울어져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세월호 선원들은 탑승객 구조 활동을 포기한 채 탈출을 위해 선박의 가장 높은 곳인 브리지로 모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9시17분께 세월호는 진도연안VTS 측에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브리지에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빨리 와주시기 바란다"고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탑승객들의 신속한 탈출을 가로 막았던 선내 방송에 대해선 엇갈린 보고가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세월호 측은 오전9시23분께 대피 방송을 하라는 진도연안VTS측의 요청에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오전9시37분께 이뤄진 마지막 교신에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시도하고 있다는...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진도연안VTS는 같은 시각 세월호에게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라며 "승객들에게 구명 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고, 방송이 안 된다는 세월호 측의 응답에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셔 승객들에게 구명 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또 탈출 시키면 바로 구조가 가능하냐고 세월호 측이 묻자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위십시오. 빨리"라고 독촉했다.
진도연안VTS는 이어 "세월호 인명탈출은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시켜라"며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이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세월호는 오전9시37분께 침수 상태를 묻는 진도연안VTS의 질문에 "확인 불가하고, 지금 머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 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시도 하고 있다는...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했다.
세월호는 이 교신을 끝으로 오전9시45분께 진도연안VTS의 거듭된 호출에도 불구하고 응답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A선박은 이에 대해 진도연안VTS측에 "세월호가 지금 AIS(항해정보시스템)에서 사라졌다. 완전히 침몰한 것 같다"며 "배가 많이 기울었다. 좌현쪽으로 배가 넘어간 상태인데"라고 말했다.
이때는 대리선장 이모씨를 비롯한 선박 운행 담당 선원들이 모두 탈출한 상태였다.
한편 해경 당국은 당초 진도연안VTS와 세월호간의 교신 내역에 대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가 수사 중인 검경에 의해 통화사실이 확인된 후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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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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