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세월호가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침몰이 시작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사고 초기 선장과 승무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참사를 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20일 공개한 사고 당일 진도 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교신이 시작된 후 9시 10분 “(배가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고했고 잠시 후 9시 14분 VTS가 승객들이 탈출 가능한 지를 묻자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과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들을 보면 9시 14분경은 아직 ‘탈출 불가능’ 판단을 내릴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생존한 단원고 학생이 이날 9시 27분께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배는 이미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상태지만 학생들은 책상 밑에 몸을 피하고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대피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동영상을 촬영한 학생은 이후 탈출에 성공해 해경에 구조됐다. 상당한 인원이 탈출이 가능했던 상황에 승무원들이 성급하게 승객 구출 노력을 포기한 게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시간 이후에도 적잖은 승객들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학생이 영상을 촬영할 무렵인 9시 25분께 VTS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고 요구했고, 세월호는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진도 VTS는 경비정 10분이내 도착 및 1분 후 헬기 도착을 알렸다. 이후 관제센터와 교신을 끝낸 승무원들은 일부 선원들에게만 대피를 지시한 후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지 않은 채 선박에서 탈출했다.
단원고 학생 김모(17)군도 "급박한 상황인 걸 알지 못하다가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선생님들과 학생 일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안전을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면서 "승무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