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 회식, 등산 모임 줄줄이 연기..."제발 구조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큰 고통과 슬픔에 빠졌다. 계속 늘어만 가는 사망자 수에 아예 TV를 보지 않게 됐다는 시민들도 다수다.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어찌할 줄을 모르는 등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이경수(34) 씨는 "아무 일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며칠째 뉴스만 보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어른들이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내가 그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안내방송을 듣고 가만히 구조되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 같아서 희생된 학생들이 더 안타깝다. 지금도 그 캄캄하고 차가운 곳에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고 말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다. 교사 신혜영(37) 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어서 더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하다. 제발 생존자가 있다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침몰과 구조의 어려움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말할 수 없다", "제발 학생들 살아있어라, 조금만 더 버텨달라", "빨리 구조 소식을 들려주세요" 등 많은 이들이 간절한 심정으로 실종자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네티즌들의 글도 SNS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아, 정말 미치겠다. 다음 세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말기를...", "한 명이라도 구조된다면 마치 내 아들과 딸이 돌아온 것처럼 환호할 텐데..지금은 그저 눈물만", "실종자 가족들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나고 화가 치밀어오른다", "나도 모르게 세월호 소식에 무기력해지고 고통스럽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등의 글이 매 시간마다 수백건씩 쏟아지고 있다.
주말에도 평소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국민의 애도 분위기 속에서 가급적 웃고 즐기는 일을 삼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직장인 서 모(47) 씨는 "친구들과 주말 등산 모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취소했다. 어린 학생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는데, 지금은 만나서 떠들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각종 회식이나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코레일 관광열차도 16일 사고 이후 4∼5월 예정된 6건이 줄줄이 취소됐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행사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재학생과 동문회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17일부터 줄곧 안산 초지동 화랑유원지에서 촛불행사를 열고 있다. 첫날 500명이 모였던 이 행사에는 3일 만에 2000여명이 몰렸다. 19일 오후에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제주도민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미국 대학 한인 학생들도 현지에서 세월호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했다.
한 시민은 "기도만큼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하고 싶다.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이들이 어서 돌아오기를,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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