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주식 3. 해외서 주식투자의 길을 묻다 [4]싱가포르<上>
싱가포르에 진출한 증권·운용사들은 정작 싱가포르 주식시장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거래량이 적어서다. 이에 싱가포르거래소(SGX)는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아시아의 관문(The Asian Gateway)'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은 SGX 외관 모습이다.
[싱가포르=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증권ㆍ자산운용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 증시에는 관심이 없다. 싱가포르 주식시장 규모가 작아서다.
이무광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장은 "헤지펀드를 운용하기에 싱가포르 증시는 너무 작아서 투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홍식 AQG 대표도 "싱가포르 증시는 규모가 작아 숏전략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거래소(SGX)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싱가포르 증시 시가총액은 9591억3600만달러다. 한국거래소 시가총액(약 1조1377억7323만달러)에 비해 적다. 황정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 이사는 "변동성이 적은 싱가포르에서는 배당주 투자가 많은데 주식을 묻어두다 보니 거래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에 진출할 이유는 충분하다. 세금이 낮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집결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뿐 아니라 세계적 금융사들의 본사도 이곳에 많이 있다. 인근 동남아시아국가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또 영어 사용국가여서 언어 장벽이 높지 않은데다 이슬람교를 믿는 말레이시아 문화가 섞여있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라야 하는 중동 투자자 유치가 비교적 수월하다.
무엇보다 낮은 세금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법인세는 17%이지만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 대폭 감면해준다. 신남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WAP) 법인장은 "예를 들어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 세금이 감면되는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김홍식 대표는 "회사 설립 장소로 싱가포르와 홍콩을 놓고 고민했었다"며 "싱가포르에서 세제 혜택 등을 주며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를 운용할 때 한국에서는 펀드 근거지를 한국에 둬야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 지역에 본거지를 둘 수 있다.
KDB대우증권 싱가포르법인은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리서치를 보강하고 싱가포르 금융상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등 동남아 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보성 KDB대우증권 싱가포르법인장은 "현재 싱가포르 증시는 보지 않고 있다"면서도 "동남아시아 시장이 하나로 묶이면서 싱가포르에서 그 부가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10곳 중 4곳은 외국계 기업이다. 제니 치암 SGX 증권팀장은 "전체 상장사 중 40%가 싱가포르 외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은 아시아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SGX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상장사 총 774곳 중 121개사는 동남아, 134개사는 중국ㆍ대만 등 중화권, 26개사는 나머지 아시아, 10개사는 유럽, 3개사는 미국에 상장한 기업이다.
또 SGX는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한국거래소(KRX)가 추진 중인 '거래시간 연장 제도'다. 그런데 그 효과는 미미했다고 했다. 제니 치암 팀장은 "2011년 거래시간을 연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시장 상황이 좋아야 거래 규모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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