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액면 단위변경)은 한은 내부에서 검토는 다 끝났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어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설립목적이나 권한을 손질하는 한은법 개정에 대해서도 과거의 사례를 보면 소모전으로 치달은 경우가 많다며 한은이 나서서 개정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0∼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춘계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화폐개혁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에서 우리의 화폐단위가 제일 높다고 하다"면서 "필요성은 분명 있는데 워낙 민감하고 잘 못하면 부작용 때문에 섣불리 못하게 돼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폐개혁을 한은이 먼저 (추진)할 생각은 없고 공감대가 먼저라고 말했다. 또한 화폐개혁이 물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추진이)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전부터 검토는 다 돼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이미 연구검토는 다나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법 개정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역할에 대해 의견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대로 가면 그냥 가는 것이고 목적조항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지금까지 한은법 개정이 소모전으로 치달은 경우 많았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엽적인 문제가 자꾸 부각되는데 그런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현재 큰 폭의 조직개편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역할이 시시각각 바뀌는 게 아닌데 조직을 바꾸면 근무 안정감이 저하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에서도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 총재는 "통일문제 관련해 논의가 전 분야에서 이뤄지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크다"면서 "독일도 화폐통합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런데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정치도 개입돼야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용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통일대비와 관련된 조직의 신설이나 확대를 예고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라는 게 경제 전 분야에 영향을 준다"면서 "금융시장이 예측 못하고 우리가 깜짝 조정하면 앞을 내다보고 의사결정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현재 통화정책 체계는 물가안정이다. 우리가 준수할 물가 목표를 해놓고 지킬테니 모든 경제주체들은 그걸 감안해 의사결정하라는 것"이라며 "그런걸 예상 못하게 하면 경제활동에 얼마나 지장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취임 후 첫 국제무대에 데뷔한 소감에 대해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이 어려울 때 맡았다.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만큼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의 경우 한은 프랑크푸르트사무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주재원이 적으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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