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첩사건' 항소심 결심공판 앞두고 '사기죄' 추가해 공소장 변경
- 피고인 적시도 '유우성' 아닌 '리우찌아강'으로 바꿔
- 기소유예된 외국환거래법위반도 추가…변호인 "쥐어짜기 수사" 반발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증거조작 논란으로 간첩혐의 입증은 어렵게 됐지만 다른 부분은 '유죄 굳히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심 공판을 불과 몇일 앞두고 사실상 새로운 공소장을 들이민 검찰의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인 측은 '쥐어짜기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7일 유씨에게 사기죄를 추가하고 유씨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꾸는 등 대폭 손질된 공소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우선 유씨의 죄명에 '사기죄'를 추가했다.
중국 화교 신분을 숨기고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받은 것은 사기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은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당시에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만 적용했다. 사기죄 공소시효는 이보다 2년 더 긴 7년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씨의 부당수령 지원금 규모도 256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고쳤다. 공공임대 주택 거주권을 받은 것도 범죄 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한 탈북자 단체가 유씨를 사기죄로 고발한 것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고, 법리검토를 거친 끝에 이 부분이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위반과 상상적경합(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것)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조금을 편취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사기죄를 적용하고 있다"며 "다만 유씨의 경우 간첩죄를 중대하게 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중요도를 크게 두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간첩혐의 입증에 주력해 다른 부분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다가 핵심 공소사실의 입증이 어렵게되자 다른 혐의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판결 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았던 검찰이 고발장 접수를 이유로 지금에서야 사기죄를 꺼내든 것은 궁지에 몰린 검찰의 '꼼수'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사기죄를 추가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은 동일하게 유지되는데, 아무런 실익이 없는 공소장 변경을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또 특별법인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에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고,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부분을 모두 끌고와 어떻게 해서든 유죄를 받아내 유씨를 망신주고 파렴치범으로 몰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명시한 유씨의 이름도 바꿨다. 지금까지는 '유우성'으로 표기했지만 중국어 발음 '리우찌아강'으로 변경하고 유씨가 유가강, 유광일, 조광일,유우성 등의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유씨의 등록기준지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외국(중국)으로 바꿨다. 검찰은 탈북자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중국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드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2007년 2월부터 2009년 8월까지 1646차례에 걸쳐 26억4000만원 상당을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도 추가했다. 2010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된 대북송금 사업 혐의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을 벌이는 등 유씨의 '송금 브로커'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변호인단은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건 친척에게 명의만 빌려줬다는 것이 인정됐기 때문인데 이를 또 파헤친다는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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