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택시업체에 속았나, 알면서도 시민 속였나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서울 시내 택시업체 100% 임단협 가이드라인 준수 발표 '뻥튀기'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속고 있는 것인지, 택시업체들과 짜고 시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최근 서울시의 택시 정책과 관련해 나도는 말들이다. 시가 얼마전 사실상 모든 시내 택시업체가 지난해 제시한 임단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선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시의 발표 이후에도 실제 현장에선 변한 게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는 지난 20일 서울 시내 255개 택시업체 중 253개 업체(99.2%)가 임단협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입금 협정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었다. 시가 지난해 12월 택시요금을 인상(기본요금 600원 등)해주면서 택시업체 노사에게 사납금 2만5000원 이하 인상, 월급 22만9756원 인상, 1일 지급 기본 연료 10ℓ 추가 지급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모든 업체가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변한 게 없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 소재 J운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요금 인상 이후 사납금만 5000원 인상됐을 뿐 월급이나 연료 지급 등도 전부 그냥그대로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가 말한 99.2%라는 게 다 허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택시 기사들에게 기본요금 600원 인상과 관련해서 하루 20명씩 손님을 태운다고 가정 한 후 1만2000원의 추가 운송수입비 중 회사 몫으로 5000원을 더 입금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에 따른 손님 감소로 수입 증가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달 10여만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 관계자는 "회사측이 사실상 회사 편인 노조위원장과 담합해 '시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해 준 것으로 안다"며 "한달 전까지만 해도 시의 서슬이 퍼렇더니 실제로는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지금은 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너무 조용하며, 이로 인해 택시 기사들만 수입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 동부 지역 K택시에서 일하고 있는 A씨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K택시는 지난해 12월 요금 인상과 동시에 사납금을 시 기준보다 5000원이나 높은 3만원씩 인상했으며, 지난 3월 시의 단속이 강화되자 2000원을 인하해줬지만 월 승무수당 3만3000원을 덜 지급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실상 제자리로 돌려놓은 상태다. 그는 "회사가 노조와 짜고 사납금을 시 기준보다 5000원이나 더 인상시켜 놓았었는데, 정작 시에선 99.2%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황당했다"며 "회사에서 서류상으로만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 제출해 시를 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택시 현장 관계자들은 시가 최근 들어 택시 가이드라인 준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최근 시 택시정책과에 전화해 택시업체들의 현실을 고발하려던 한 택시 기사는 "솔직히 택시 기사들도 별 손해 보는 것 없지 않느냐. 업체가 안 따르고 노사간 합의가 됐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불만이 있으면 가서 노조한테 따져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경호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경험상 시를 속이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가이드라인 준수 약속 이행을 위해 단속을 하고 있다"며 "무기명사이트나 직접 신고를 통해 위반 사실이 드러난 업체들에 대해선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