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역대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타격을 보여준 타자다. 비슷한 기록의 선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호타준족 이종범, 통산 최다안타 1위 양준혁, 30-30의 박재홍 등이 있지만 스타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승엽은 홈런타자다. 생산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프로야구 최고의 흥행카드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홈런의 원동력은 부드러운 스윙이다. 파워만 높여서는 해결되지 않는 고급기술이다. 끌어올린 힘을 빠른 배트 스피드로 연결하면서 온갖 군더더기 동작을 없애야 한다. 오랜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다. 사실 능력도 타고나야 한다. 이승엽은 공을 보는 눈이 좋은 선수다. 실투를 간파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특유 승부욕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일반적으로 소속이 다른 선수들은 서로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 결과물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계약선수(FA)나 이적 등으로 둥지를 옮기는 선수들은 새 팀에서 비교적 많은 기회를 제공받는다. 기대에 미치는 선수는 적은 편이다. 대부분이 함께 훈련하며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글쓴이에게 이승엽은 그렇지 않은 선수였다. 롯데에서 볼 때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삼성에서 함께 뛰며 기술, 재능, 노력 등에 모두 놀랐다.
지난 시즌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111경기에서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 62득점을 기록했다. 그동안 쌓은 명성과 거리가 먼 성적이다. 일각에서는 38세의 많은 나이에 따른 내리막이라고 한다. 은퇴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적잖게 들린다.
글쓴이의 생각은 다르다. 이승엽은 지난 2년간 타격에서 손목을 많이 썼다. 일본리그에서 변화구에 대응하려고 했던 타격 습관이 적잖게 남아있었다. 그 탓에 타구의 비거리는 줄고 땅볼은 많아졌다. 제대로 공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은 과거 스윙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습관을 많이 고쳤다. 타격의 원리와 스윙의 이해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면 너끈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
반등이 기대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올 시즌 구단들은 외국인타자를 1명씩 데려왔다. 이승엽에게는 충분한 자극제다. 과거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타이론 우즈, 심정수 등과의 경쟁으로 프로야구 홈런 역사를 뒤바꿨던 1997년부터 2003년까지의 전성기 말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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