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의원님들, '썸 탄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6·4 지방선거 후보 경선 룰 문제로 잔뜩 긴장감이 흘렀던 27일 오전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 말미 한 여학생의 이 같은 질문은 무겁던 회의 분위기를 일순 바꿨다.
지난 연말 '전국대학생 실태 백서'를 발간한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산하 청년정책연구센터(센터장 이재영 의원)는 이날 구체적 실행 계획의 일환인 '청년의 숨통을 터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청년정책연구센터는 지난달 19일 '청년취업 다함께 해결하자'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뒤 토론 결과를 토대로 해법을 찾고자 전국 각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20여명의 대학생들이 직접 학생들 면접과 간담회 등을 진행했고 이날 제안한 정책이 그 결과물이다.
때문에 발표도 이번 제안서를 작성한 이정주(연세대), 김아영(이화여대) 학생에게 맡겼다. 정책발표를 한 김아영 학생은 "대한민국 20대의 미래는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며 "청년의 숨을 터주는 정책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혹시 의원님들 '썸 탄다'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의원들이 "뭐 탄다?"고 반문하자 "연인사이도 아닌 친구사이도 아닌 중간에서 간 보는 정도의 단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한 뒤 "저희는 썸 타는 정책이 아닌 숨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 청년 일자리 창출 ▲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비율 확대 및 장애인 청년의무고용제 ▲ 중소기업의 청년 취업 인증제 ▲ 계절학기 학비 지원 ▲ 전공서적 바우처 제도 도입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김아영 학생은 "어린 저희들이 잘 모르고 여기 나와 말씀드리는 제안일 수 있지만 더 이상 퍼주기식의 인스턴트 정책보다는, 청년들과 썸 타는 정책보다는 청년들이 숨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아빠 엄마의 입장에서 이 정책제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재영 의원은 "이 제안서들은 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학생들의 고민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계절학기 지원이나 전공서적 지원 등은 야당에서 말하는 포퓰리즘적인 제안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정책들을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당이 계속해서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황우여 대표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반갑다"며 "최고위원들과 정책위원회가 힘을 합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유일호 정책위의장도 "당 정책위에서 긴밀히 협조해 정책공약을 따로 개발해 지방선거에서 공약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추진)하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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