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벌금 낼 능력 있었는데…검찰 ‘벌금집행의지’ 있었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 노역’ 강제 중단 결정을 내렸지만, ‘뒷북 수습’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허 전 회장은 5일 동안 노역의 대가로 벌금 25억원을 이미 탕감받은 뒤 26일 밤 10시께 검찰의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노역장 유치가 집행된 수형자의 형 집행중단은 형사소송법 47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검찰은 허 전 회장 사례는 건강, 임신, 출산 등 7개의 형 집행정지 사유 가운데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노역 일당이 높다는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결정한 전례는 없다. 애초에 부실하게 내려진 결정을 수습하려다 법리논쟁 불씨까지 남을 수 있는 무리수를 둔 셈이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보고 노역장 유치를 결정했었다. 그러나 광주지방국세청은 허 전 회장 귀국 이전에 이미 두 딸 집에서 미술품과 골동품 등 141점을 압류한 상태였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귀국 이전에 파악한 동산은 국세청에서 확보했고, 이러한 사실을 광주지검에 통지했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낼 능력이 있음을 알면서도 ‘일당 5억원’의 노역을 허용해줬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벌금 집행의지가 있었다면 허 전 회장이 지난 22일 귀국하자마자 노역 대신 벌금 집행에 나섰어야 한다는 얘기다.
허 전 회장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면서 “내보내 주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뒤늦게 벌금 환수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법원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던 검찰이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벌금을 강제 집행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뒷북이다. 처음부터 엄격하게 법 적용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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