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강제집행 추진, 검찰 심의위 개최 못해…‘기타 중대한 사항’ 법리 논쟁 불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검찰이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을 강제집행 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은 허재호 전 회장 측의 동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공판송무부는 26일 “관련 법리 검토 결과 노역장 유치 집행된 수형자에 대해 형 집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허재호 전 회장은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노역을 선택했다. 허재호 전 회장은 일당 5억원에 이르는 몸값이 책정돼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켰다.
허재호 전 회장은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지고 있어 벌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는데도 50일의 노역으로 254억원의 벌금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검찰과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과 봐주기 판결을 합작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황제노역 중단을 선택한 것은 관련 법리 검토 결과 형 집행의 사유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허재호 전 회장 측의 동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검찰이 허재호 전 회장의 동산을 몰랐는지, 뒤늦게 알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검찰이 이를 알고서도 ‘일당 5억’의 노역을 가능하게 했다면 그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게다가 검찰이 여론을 고려해서 긴박하게 결정을 했다고 해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호 전 회장 측이 검찰의 선택에 대한 법리적 문제를 지적할 경우 문제는 복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재호 전 회장의 사례처럼 노역을 선택한 사람의 노역을 강제로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관련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는 하지만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형사소송법 471조에는 징역, 금고 또는 구류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통상의 형 집행 정지는 건강, 고령, 출산, 본인 아니면 보호할 친족이 없는 때 등의 사정이 있을 때 허용된다. 다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도 허용되는데 허 회장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 법적용이 타당한 것인지 검찰 심의위원회 판단이 남아 있다. 검찰은 26일 심의위원회를 열지 못했다. 검찰이 ‘황제노역’ 중단을 긴급하게 알렸지만, 법리적 논쟁 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부과하는 벌금은 재산형이다. 재산형 집행이 주된 목적이다. 정지시켜도 되는지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례에 비춰보면 가능하다”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면 또 다른 판단의 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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