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기자]냉전이 한창이던 1982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옛 소련의 페르시아만 산유국 침공에 대비해 북한, 베트남 등으로 전선을 다각화하고 중국을 끌어들이는 방위 지침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방위 지침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한반도 전체가 강대국 패권 다툼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 측에 강한 우려를 피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외교부가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개한 26일 공개한 30년이 외교문서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사인 UPI의 단독보도로 1983년 세상에 알려진 레이건 행정부의 방위전략지침(FY84-FY88)은 소련이 페르시아 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소련의 우방국인 북한, 베트남 등을 상대로 역습을 감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대소 전선에 중공을 끌어들이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 소련의 전력을 극동 지역에 묶어둔다는 내용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이 보도의 사실 여부와 더불어 신속한 해명을 요구했다. 외무부 미주국장이 1월 24일 주한 미 대사관의 폴 클리브랜드(Paul Cleveland) 공사를 면담하고 페르시아만 전쟁으로 한반도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클리블랜드 공사는 이에 대해 이 방위지침은 아시아, 중동 등 세계전략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작성한 이른바 ‘기획문서(planning document)일 뿐 정책문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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